대중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마돈나
1958년생(生)이니 우리나이로 내년이면 지천명(知天命)이다. 주변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 세상 물정을 익힌 나이가 40, 불혹(不惑)이라면 이제 그 단계를 넘어 하늘이 왜 나를 세상에 내보냈는지,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하늘의 뜻(다시 말해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나이가 50 지천명, 혹은 지명(知命)이다. 1983년 혜성 처럼 나타나 미국 팝(pop)문화에 아니 세계 팝문화에 새로운 획을 그었던 여성, 마돈나의 나이가 어느덧 중년의 막바지 고개를 넘고 있다. 그러나 대개 돋보이는 족적(足跡)을 남기는 이들의 특성처럼 그녀에게서 역시 나이를 읽는 다는 것은 어리석다.
첫 남편인 영화배우 숀 팬, 흑인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맨...그의 남성편력이나 포르노 배우출신 등의 자유로운 성(姓) 이미지로만 그녀를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잔상이 더 오래 남는다. 그러나 마돈나에 대한 감상을 여기서 멈추면 시계 바늘이 구한말(舊韓末) 19c로 돌아가 버린다. 한발 더 앞으로 내밀어 보자. 우리가 공인을 논할 때 사생활 말고 공인으로서 그가 갖고 있는 재능과 활동상을 눈 여겨 봐야 한다. 마돈나는 인기 가수라는 공인이다. 빼어난 가창력에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여인답게 예술적으로 빚어내는 춤 솜씨, 춤에 실린 폭발적인 삶의 열기,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실험적이면서도 창조적인 공연 내용...그녀의 무대 공연은 그래서 언제나 만원사례다.
그렇다고 마돈나의 평가를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가수의 차원에 머물면 성(姓)이 자유로운 이미지의 마돈나에서 오십보 백보(五十步 百步)에 그치고 만다. 그녀의 모국 미국 기준으로 또 현재 살고 있는 영국 런던 기준으로 별로 크지 않은 오히려 작은 키 164cm 만큼이나 마돈나가 작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잣대를 통해 마돈나를 들여다 봐야할까. 문화적인 프리즘이다. 마돈나는 당대의 대중문화를 특히 여성문화를 바꾼 창조적 개척자, 여걸(女傑, 히로우인, heroine)이다. 마돈나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 있다.
여성, 소수의 인권을 노래
60년대 반전기운에 실려 전파됐던 자유로운 히피 문화가 잠들고, 1980년대 미국이 레이건 대통령이라는 보수적인 분위기에 짓눌려 있을 때 마돈나는 분연히 일어났다. 혼전순결이나 낙태 같은 지금도 미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가치관이나 제도에 대해 분연히 반기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며 여성의 자유를 외쳤다. 한 남자와 결혼해 애 낳고 남편과 자식 바라보며 사는 아내의 가치를 벗어나 사회적 약자 여성의 새로운 가치에 대해 노래했다. 그러나, 마돈나는 자신을 환호하는 여성만 팬으로 두기에는 그릇이 컸다. 힘없고 무리가 적은 소수집단의 권익에 대해서도 늘 목청을 높였다. 여성운동의 한계, 즉 여성문제를 여성에만 초점 맞추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가 안고 있는 사회 전반의 문제 가운데 하나로 인식할 줄 알았던 선견과 통찰력이 그녀를 더욱 큰 거인으로 만들었다.
팝의 역사에서 음악적으로는 더 큰 궤적을 그렸다고 볼 수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틀즈, 마이클 잭슨등과 비교되는 마돈나의 역할이다. 그녀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여성 가수들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제니퍼 로페즈, 요즘 영국 차트에서 인기 1위를 달리는 샤키라 같은 가수가 마돈나의 음악적인 성과는 넘볼 수 있다 해도 문화 코드로서 마돈나를 넘보기에는 독창성에서 내공이 달리지 않을까 싶다.
5만 7천 관중에 평화와 인류애 호소
마돈나가 30일 영국에서 유럽투어의 닻을 올렸다. 잉글랜드의 서부 지방, 그러니까 켈트족의 본거지 웨일즈의 수도격인 카디프(Cardiff)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5만 9천명 수용규모에 5만 7천명 운집. 대단한 숫자지만, 자리가 2천석 비었다. 팝의 여왕 마돈나가 누리는 엄청난 인기에 비해서 옥의 티다. 그러나, 그도 그럴 것이 요금이 80파운드(약 14만원)에서 150파운드(약 27만원)까지니...품목마다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영국물가가 대략 한국과 비슷한 수준임을 감안할 때 비싼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예매가 시작됐을 때부터 인터넷에 말이 돌았다. 너무 비싼 것 아니냐. 이때 마돈나 측은 350명이 준비하는 거대한 무대, 22명의 백 댄서, 4천개의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수정(crystal)을 사용한 2백만 파운드짜리 의상... 최일류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 돈 들어 가는 곳이 많아 그랬다는 해명 자료를 냈지만...
|
|
| 마돈나가 30일 영국 웨일즈 카디프 시에서 5만 7천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유럽투어를 시작했다. 그녀는 콘서트에서 "세계에는 너무 많은 미움과 다툼이 있다'면서 "인류애와 양심으로 새상을 바꾸자"고 호소해 갈채를 받았다. 레바논을 파국으로 몰고가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치인들이 이런 호소를 들었을까. |
이런 점을 고려해도 선뜻 거액을 지불하기는 어려운 일부 팬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공연장은 열광적인 함성으로 흘러 넘쳤다고 한다. 5만7천명의 관중이 운집한 거대한 축구장. 반짝이는 공을 타고 공중에서 내려오며 자신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린 팬들에게 "준비됐죠(Are you ready.)"를 외치면서 막을 걷었다. 특유의 가랑이 사이를 손으로 걷어 올리는 야한 동작의 춤과 거대한 쇠막대에 매달려 곡예 같은 춤을 선보이고, 서부영화의 말안장에 올라타는 듯한 퍼포먼스... 최신 곡 [미래의 연인들(Future Lovers)]에 이어 도나 서머의 1977년 히트곡 [사랑을 느껴요(I feel love)], 그리고 말처럼 분장한 남성 무용수들의 지원을 받아 가며 자신의 출세작 [처녀처럼(Like a Virgin)]을 불러 제꼈을 때 팬들은 모두 일어나 마돈나와 하나 됐다.
그러나, 마돈나가 누구인가. 늘 인간사회의 약자를 생각하며 인권과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다. 유럽 투어 첫날, 의미있는 첫출발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남기지 않는다면 마돈나가 아니다. 더구나 공연이 열린 도시 카디프는 로마시대 이후 2천년간 로마인, 게르만족, 주류 영국인들에게 시달려 온 켈트족의 본거지다. 마돈나는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세계에는 너무나 미움과 그로 인한 다툼이 많아요. 여러 분은 양심과 인류애를 갖고 있죠. 바로 그 정신으로 여러 분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답니다. (There is too much hate, too much fight in the world. You guys have a conscience and humanity. You can change the world with that)"
레바논에서 벌어지는 야만적인 학살의 현장에 이 함성이 울려 퍼졌을까. 쇠 귀에 경 읽기(牛耳讀經)의 이스라엘 정치인이나 미국 정치인들에게 전달 됐을까...이들이 그녀의 자유와 인권 사상에 조금만 다가선다 해도...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