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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민주주의 창-[휴전요구] 평화메시지

 "즉각 휴전" 평화 메시지

--전쟁은 수행에 있어서 악한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고, 언제나 선량한 사람만을 학살한다--

누가 이 말을 했을까.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한 평화론자들의 비판일까.  먼저 이스라엘이 말하는 이번 레바논 전쟁의 원인을 들어보자. 부시대통령과 이스라엘은 모든 책임을 헤즈볼라로 돌린다. 헤즈볼라가 먼저 공격을 해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을 죽이고,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했으니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B.C 천 800년 메소포타미아의 하무라비 왕이 법에 명시한 [눈에는 눈]의 보복원칙을 따른 것이다. 중동 지역의 수천년 내려오는 전통인데... 테러 분자, 즉 악한 사람을 처벌하겠다는 의미다. 그 명분에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그 수행과정을 들여다 보자. 헤즈볼라 구성원이 죽는 것 보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군인 납치나 공격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시민들이 훨씬 많이 희생되고 있다. 선량한 사람이 학살되는 이 사건.

이런 전쟁의 원칙을 일찌감치 꿰뚫어 보고, 명언을 난긴 인물은 [오이디푸스왕]이라는 불후(不朽)의 명작을 남긴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의 한 사람이자 위대한 정치인 소포클레스(Sophocles)다. 아테네 중심의 그리스와 페르시아가 벌인 페르시아 전쟁, 아테네 동맹과 스파르타 동맹의 펠로폰네소스 전쟁, 아테네 독주에 반대하는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반란 진압 전쟁, 시칠리아에서 앞선 문명을 일궈 나가던 그리스 도시국가 시라쿠사와 아테네가 벌인 그리스 문명권 맹주 쟁탈전... 숱한 전쟁을 치르며 당대의 지식인이 내린 결론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렀지만, 빈라덴을 잡았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이라크 전쟁을 치렀지만, 부시 자체가 이미 근거 없는 전쟁임을 일부 시인했다. 그 와중에 얼마나 많은 민간인 희생이 뒤따랐는가.

이스라엘의 제네바 협약 무시한 적십자 공격

지식인, 언론인의 사명 가운데는 역사적으로 온축된 인류의 다양한 경험에서 세상 운영의 이치를 터득해 이를 민주주의와 평화 실현에 적용하려 노력도 포함된다. 전쟁에 대해서는 그 어느 언론인이나 지식인도 이미 2천 5백년 전 B.C 5c에 살다 간 그리스의 지식인 소포클레스가 진단한 내용이 바뀌었다고 단언할 특별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다. 페르시아, 알렉산더의 마케도니아(그리스), 로마, 십자군, 징기스칸의 몽골, 오스만 투르크, 나폴레옹, 나찌, 일본 군국주의... 소포클레스 이후 어떤 전쟁도 고상한 타이틀과 그럴듯한 명분에 관계 없이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을 불행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 레바논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적십자 차량

영국의 언론이 적극적으로 레바논전쟁의 종식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테러분자 응징이란 악당 처벌론이 얼마나 허구로 가득 찬 것이고, 그 과정에 양민(良民)만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국가간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연합(UN)의 관리가 사망하고, 부상자를 치료하며 생존자를 구제하는 국제 적십자 단체(International Red Cross)의 차량이나 요원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저격당한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헤즈볼라를 목표로 할 뿐 민간인을 공격하는 게 아니다"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임을 영국의 신문과 방송은 매일 경고한다.

1949년 8월 체결된 제네바 협약(일명 적십자 조약, Geneva Conventions)은 4장(Chapter) 24항(Article)에 "오직 부상자나 병자를 찾거나 모으고, 후송하는 일에만 종사하는 요원은 어떤 환경에서도 존중될 것이고 보호될 것이다(Medical personnel exclusively engaged in the search for, or the collection, transport or treatment of the wounded or sick... shall be respected and protected in all circumstances)."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무시한 비행기 폭격과 지상 공격을 접한 언론은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분노하게 만들었나를 생각하기보다 이들이 무지와 야만의 아수라장(阿修羅場, 불가에서 말하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경)으로 몰아넣은 실태를 찾아보려 애쓴다. 

지식인의 평화 요구 메시지 서명

방송들은 기자들을 레바논으로 보내 매일 아침 저녁 뉴스 시간에 현지를 생방송으로 연결해 전쟁의 참상을 전한다. 신문도 특파원을 보내 실상을 보도하고, 다양한 전쟁반대 여론을 조성하려 노력한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얻은 정의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뉴스 리포트 하나, 신문 기사 한줄에 절절하게 녹아 들어 있다. 지식인들은 기고를 통해 블레어 수상에게 적극적인 정책으로 전쟁을 중단시켜 정의를 회복하라고 요구한다.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28일자 신문에서 "지금 당장 휴전을 요청하라는 메시지 블레어 수상에 전달" 이라는 1면 머릿기사를 실었다. 정치인, 학자, 문화예술계 인사등 42명의 영국내 저명인사들이 작성한 서한이다.   

인디펜던트 1면에 실린 각계의 평화요구 서명

내용은 이렇다. "아래 서명한 우리는 블레어 수상이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영국이 중동에서의 전개되고 있는 비극적인 인간 재난 사태에 대해 이제 더 이상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천명해 줄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또 영국이 국제연합, 유럽연합과 보조를 맞추고,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할 것도 촉구한다. 아울러 이스라엘에 긴급 사절을 보내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한 균형 잃은...<중간 생략>... 영국 정부는 이라크 전쟁에서 영국을 세계 여론으로부터 동떨어지게 만들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외교정책"

옥스포드 대학 피터 아트킨스(Peter Atkins) 교수, 노벨상 수상 극작가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 블레와 같은 노동당 의원 앤디 러브(Andy Love), 음악인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등 42명의 지도급 인사 42명의 정의감과 용기가 행간에 배어있다. 블레어 수상이 미국으로 날아가 부시와 회담하는 것에 때맞춰 발표한 메시지인데, 레바논 사태는 사실 영국인들 먹고 사는 문제와 일견 동떨어진 문제 같다. 그런데도 정열을 다하는 모습에 참으로 아름다운 인류애가 그려진다. 인류 사회 전체의 평화와 공존,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그대로 묻어 난다. 인류사회의 양심과 정의는 살아 숨쉬고 있음에 경의를 표한다. 20여년 전 민주화를 요구하던 한국사회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대자보 서명운동을 마주하는 느낌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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