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의 점심시간.
저학년 아이들의 교실 앞에서 학부모들이 짝을 이뤄 배식을 돕습니다.
초등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학부모들의 급식 봉사는 자연스런 교육 참여활동처럼 보이지만 실은 많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앞.
이곳에서는 이미 여러달 째 '학부모 급식 당번제 폐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조주은/학교급식당번폐지모임 대표 : 어머니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언제든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밥을 푸게 하고 동원 가능한 존재라 본다.]
학부모에게 급식 당번을 일방적으로 떠안기는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이미 많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었습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급식 당번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부담과 불만의 목소리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의 경우 그 부담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는데요.
직장 일로 당번에서 빠지기라도 하면 학부모들 사이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김숙희(가명)/학부모 : 우리는 나가는데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왜 안나오느냐 그러면서 직장 다니는 엄마랑 전업주부랑 사이가 안좋다. 그럴 때 속상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번 차례가 돌아오면 직장 생활을 하는 학부모를 대신해 할머니 등 온 가족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급기야는 사람을 사서 쓰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최경미(가명)/학부모 : 직장 생활하다보면 평일 빠지기가 힘들다. 아줌마한테 2만원 주고 2번인가 부탁을 드렸다.]
실제로 한 인력알선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급식 도우미 파견란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서울시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558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6%인 366개의 학교가 학부모에 의존해 배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래 급식 당번제는 지난 98년부터 초등학교에서 급식이 실시되면서 일부 학부모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점차 강제성을 띄면서 학부모 일부에서 반발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지난해부터 당번제를 자원봉사제로 바꿨지만 실상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김숙희(가명)/학부모 : 전에는 당번표를 학교에서 프린트해서 보내줬다. 이제 당번표를 학교의 반대표 엄마들이 짜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주체인 학부모들의 참여가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은 급식당번제와 같은 방식은 진정한 교육참여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조주은/학교급식당번폐지모임 대표 : '아이가 볼모고 엄마가 노예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엄마를 여전히 동원 수단으로 간주하는 이런 제도가 없어져야 민주적인 학교 참여 이루어진다.]
많은 논란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학교급식당번제.
합리적인 교육참여활동인지,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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