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보다 아름다운 독일의 도시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적 고도? 유럽 국가들은 로마이후 제대로 된 유적을 남기기 시작한다. 그 전에도 켈트족이나 선주민족들이 무덤 부장품등을 통해 남긴 유물이 있지만, 역사기록을 통해 체계적으로 남는 유적은 로마의 발길이 닿은 직후부터다. 라틴어(그리스어에서 배운 것이지만)라고 하는 문자를 통해 분명한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로마의 뒤를 이은 게르만족은 그 토대 위에서 자신의 문명을 일구며 중세사회를 열었다. 종교중심의 단일사회를 일군 댓가로, 학문과 사상, 기술은상당기간 퇴보해야 했지만... 독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독일에는 어떤 도시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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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보다 아름다운 풍경속의 하노버 시청. 1910년대 완공했다.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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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크푸르트 라인강가. ⓒ김문환> |
독일을 대표하는 정치 중심지이자 인구 350만으로 최대규모인 베를린. 인구는 66만으로 적지만, 경제와 특히 금융 중심지 프랑크푸르트. 독일 남부권의 중심지면서 월드컵 개막전이 열린 BMW와 맥주의 뮌헨. 인구 170만으로 독일에서 두번째로 많고, 북부의 대표 항구도시이자 홍등가(紅燈街)로 잘 알려진 함부르그. 고급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향 슈투트가르트. 바하와 괴테의 흔적이 묻어나는 라이프찌히. 2차 대전 직후 1945-6년 사이 전범 재판이 열린 뉘른베르그, 오늘날 영국왕실의 고향이자 교통중심지 하노버,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명문 추구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도르트문트, 인구는 14만으로 작지만 고풍스런 대학도시 하이델베르그... 사연도 많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숲과 공원에 둘러싸인 많은 독일도시 가운데 역사의 고도(古都)를 살피자면 당연히 쾰른이다.
로마시대 만든 역사의 고도(古都) 쾰른
통일 독일의 수도로 베를린이 결정되기 전까지 서독(西獨)의 행정수도였던 본을 위성도시로 거느린(?) 쾰른(Cologne). 도도하게 굽이쳐 흐르는 라인강변에 로마인들이 성채를 만들어 호전적인 원주민들과 싸우면서 독일에서 세번째로 인구가 많은 백만 대도시 쾰른의 역사가 시작된다. 라인강은 하늘이 독일에 선물해준 축복이다. 자연적인 방어선으로 로마시대부터 국경이 됐고, 중세를 거치면서 현재까지도 내륙 육상운송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 것은 물론 풍부한 수자원을 제공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내 관광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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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인강변에 자리한 아름다운 도시. 로마인들은 카이사르 때 진출한 라인강을 국경으로 삼아 그 아래 남부를 영토로 삼고 이를 지키기 위해 숱한 노력을 들여야 했다.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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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인강을 오르내리는 유람선과 화물선. 그리고, 산지를 개간한 포도밭. ⓒ김문환> |
유럽의 많은 도시들 처럼 쾰른도 철도역에 내리면 고풍스런 구시가지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그 안에 챙겨야 할 주요한 명소들이 다 모여있다. 쾰른을 상징하는 명소는? 크게 두 종류다. 역사의 고도임을 알려주는 유적으로 손색없다. 멀리 떨어진 어느 곳에서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은 고딕 양식의 쾰른 대성당(Dom)과 그 주변에 퍼져 있는 고대 로마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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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쾰른 월드컵 중계 응원. 정면이 쾰른 대성당이다. 월드컵 기간 중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야외 응원을 펼치던 장소는 바로 'ㄱ'자로 붙은 성당과 박물관의 안쪽 광장이다.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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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쾰른 라인강변의 한 호텔에 내걸린 태극기와 노래방. ⓒ김문환> |
쾰른 이란 이름은 로마시대에 뿌리를 둔다. 쾰른(Cologne, 독일식으로는 Koln 'o'철자 위에 '‥'가 붙음)은 콜로니아 클라우디아 아라 아그리피넨지움(Colonia Claudia Ara Agrippinensium)이라는 긴 이름이 줄어서 된 말이다. 로마의 4대 황제인 클라우디우스가 황후 아그리피나의 소원에 따라 이름붙인 도시라는 뜻을 갖는다(이 부분은 기자칼럼 코너의 [지중해 문명기]에서 자세히 다뤘다). 영어의 식민지를 뜻하는 단어 컬러니(Colony)는 여기서 나왔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샤워 코롱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쾰른이 향수로 유명한데 이 곳에서 만든 향수(香水)나 화장수(化粧水)를 프랑스어로 '로 드 꼴로뉴' (l'eau de Cologne, 쾰른의 물)라고 부른다. 꼴로뉴(Cologne)를 영어식으로 읽다가 '코롱'이 돼버렸다.
8백년 넘게 공사한 최고(最高)의 고딕양식 교회
쾰른 대성당(Dom)은 로마시대 건물 위에 건축됐다. 지금도 성당 앞마당에 로마시대 만든 성문의 일부가 붙어 있다. 로마인들이 떠받들던 제우스(쥬피터, 유피테르)를 대신해 우주의 새로운 창조주로 등장한 하느님을 모시는 쾰른 대성당은 독일 천주교의 상징이다. 압도적인 높이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독일 천주교에서 가장 중요한 대교구다. 그런 만큼 천주교 즉 카톨릭 하나 밖에 없던 중세 쾰른 사람들은 가장 화려하고 거대하게 성당을 짓고자 했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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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쾰른 대성당.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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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쾰른 성당의 본당을 옆에서 본 모습. ⓒ김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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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 성당은 313년 주교 마테르누스의 언급에 나오듯이 이미 로마시대에도 있었다. 기독교가 널리 전파 되면서 기존의 로마 신전을 개조해 성당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 유명한 빠리의 노트르담 성당이 로마시대 신전 위에 지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6c 지은 동로마 제국 콘스탄티노플의 성 소피아 대성당이 1453년 이슬람 세력에게 점령한 뒤 모스크로 개조됐고, 이슬람 통치가 종식되면서 다시 성당의 모습을 찾은 것처럼... 그러나, 쾰른의 고대 성당은 그만 9c 불에 타 재로 변했다. 이후 13c 다시 짓는데... 이때는 프랑스에서 고딕(Gothic)양식이 등장한 뒤다. 그래서 프랑스의 고딕양식을 배운 전문가들이 건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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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쾰른 성당 입구의 조각. ⓒ김문환> |
규모에서 쾰른 성당은 최고다. 첨탑까지 높이 157m는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루앙 성당의 151m, 스트라스브르 성당의 142m 보다 높다. 성당은 경제력의 크기를 말한다. 중세 한자동맹의 중심지로 라인강을 통한 운송의 중심지로 번영하던 쾰른의 경제력을 가늠하게 해준다. 중세 유럽의 성당들이 요즘 생각해도 놀라울 만큼 컸던 데는 이유가 있다. 당시 성당은 단순히 종교만의 장소가 아니었다. 도시의 공공건물인 경우가 많았다. 시청 역할을 겸해 당시 큰 도시 인구 만여 명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컸다. 성당 내부는 그래서 세속적인 공간이었고, 거대한 성당 내부에 여러개의 작은 예배당(Chapel)을 만들어 신성한 공간으로 삼았다. 로마시대 포럼에 시민들이 모이고, 그 옆에 신전을 지어 성소로 썼던 것과 비슷하다. 시청도 아닌 한국의 교회들은 요즘 왜 그리 커야 하는지 시원한 답은 듣기 어렵지만...
인간의 삶, 종교와 평화는 무슨 관계?
유럽 최고의 대성당을 지어 쾰른의 자랑이자 하느님의 은총을 구하는 수단으로 삼고자 했던 노력. 거기에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지워지게 마련이다. 각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고, 결국 신실한 신앙심이 짐이 돼 기독교의 모순을 비판하는 1516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이어졌을 지도 모른다. 기독교가 오늘날과 같은 수많은 분파로 갈리게 되는 게기를 만든 종교개혁. 신의 구원을 찾는 길이 신의 가르침을 갈라 놓는 결과로 이어졌으니... 오늘날 독일에 카톨릭 교도들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로마시대 제우스를 섬기며 평화와 복을 얻으려 했던 로마인들의 터전은 중세 하느님을 통해 구원과 영생을 얻으려 했던 사??심을 가진 탐방객의 방문이 많겠지만... 아무튼 2천년 넘게 지속된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실현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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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쾰른성당에서 역사와 평화를 생각하며 ⓒ김문환> |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전쟁이 터졌다. 중동이 다시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테러를 잡는다면서 선량한 레바논 국민 전체를 상대로 대대적인 공격을 펼친다. 많은 민간이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유대인과 아랍인. 유대인을 옹호하는 미국(미국 기독교)과 이슬람 문명권. 서양인과 중동인... 특정한 믿음만을 절대시하는 교조적인 당파심이 오늘날 중동에서 벌어지는 비극의 원천이 되고 있다. 만약 내것만이 진리라는 생각을 버리고, 긴 역사적 안목에서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한다면 갈등과 다툼 보다 평화와 공존을 얻는 길에 좀더 가까이 갈 수 있을 텐데... 수천년 동안 이리저리 바뀌는 주인공을 무심히 바라보는 쾰른 성당 앞 라인강가에 서서 잠시만 생각에 잠긴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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