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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월드컵 여록② '환경의 나라' 독일

남녀 혼탕 문화도 남아

버스 대신 전차와 지하철, 경전철

독일에서 가장 놀랍고도 탐나는 점은 아무리 큰 대도시라도 서울이나 한국의 대도시에서 보는 대기오염이 없다는 점이다. 공기가 맑고 깨끗해 한국이나 기타 개발 도상국의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누런 스모그를 찾을 수 없다. 큰 도시 길가에서 죠깅하며 큰 숨 들이셔도 좋을 만큼 상쾌하다. 프랑스나 영국, 어디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독일이 더욱 그렇다.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그냥 손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거리에 검은 연기 내뿜는 대형 버스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전기로 다니는 전차가 버스를 대신한다. 또 지하철과 지상철이 시내 곳곳을 누빈다. 승용차는 경유도 100% 연소시키는 엔진을 부착해 거의 매연을 느낄 수 없다. 오염원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프랑크푸르트의 전차. 전기로 다녀 버스와 달리 공해가 없다. 독일에서는 모든 도시에 버스 대신 무공해 전차가 다닌다. ⓒ김문환>

우리는 전차라면 마치 구시대의 유산처럼 여긴다. 60년대 서울시내를 달리던 전차는 개발과 발전이란 명분아래 모두 자취를 감췄다. 대신 시커먼 매연 뿜어내는 버스로 교체해 오늘도 대도시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유럽과는 반대로 갔던 셈이다. 뒤늦게 최근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버스가 등장하고 있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전차를 따라갈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지하철이나 전차로 바꾸기 전에 우리는 독일같은 공기를 마시고 살수 없다는 말인가? 전차나 지하철, 경전철을 포함한 전철 등 친환경 대중교통수단 확충에 적극 나설 일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각 지방 자치단체가 노후된 차량의 연소장치를 바꿔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또, 전기 배터리와 휘발유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 보급에 나서는등 매연 절감과 대체연료 사용에 적극적이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을 생각해 자동차를 보급하는 일에만 너무 주력한 나머지 삶의 질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될수 있는 깨끗한 환경의 출발점, 맑은 공기 마시는 일에는 소홀했음을 반증하는 일들이다. 늦었지만, 지금 시작하면 십년지나 이십년 아니 다음 세대에서는 독일에 못지않은 상쾌한 공기 마시는 일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기업의 이익이 아닌 국민전체의 건강과 환경을 고려하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

도시속 공원이 아니라 공원속 도시

공기가 깨끗한 두번째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교통수단이 매연을 적게 발생시키는 것 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온통 나무와 숲이란 점이다. 아름드리 나무가 시가지나 공원을 가릴 것없이 즐비하고, 맨땅이 없이 보이는 땅은 모두 나무나 풀로 덮여 있다. 여기서 신선한 산소를 만들어 낸다. 한마디로 도시 속에 공원을 만든 것이 아니라 공원 속에 도시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숲이란 숲 다 깍아서 도시 만들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반대로 눈에 보이는 모든 공터를 숲으로 조성했다는 얘기다.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 수 십년, 수백년 공들인 결과물이다.

<하노버의 공원. 시내 중심가든 교외든 어딜 가도 아름드리 나무로 우거진 공원이 자리한다. 우리네 국립공원에서도 보기 힘든 거대한 나무가 즐비하다. ⓒ김문환>

 <하노버 월드컵 경기장앞의 공원. 넓은 호수와 우거진 숲이 장관이다. ⓒ김문환>

1995년 초대 민선 서울시장에 조순시장이 당선됐다. 당시 조시장의 공약이 여의도 광장(한때 박정희 대통령의 5.16 쿠데타를 기념해 5.16광장이라고도 불렀던 광장)을 숲이 있는 공원으로 바꾼다는 공약이 있었다. 이를 실천하는데 숱한 반대가 있었다. 2002년 3대 민선시장에 오른 이명박 시장은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예전 청계천을 복원해 공원으로 꾸민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선거전에서 상대편 후보는 실현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반대했다. 대도시 빌딩 숲이 숨쉴 공간 즉 나무숲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낮은 차원에 머물러 있었는지 말해준다. 그토록 외쳐대는 웰빙(참살이)의 핵심이 맑은 공기과 물에 있다면 숲의 조성에 팔걷어 붙일 일이다. 꼭 필요한 도로나 철도같은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건설해야한다. 그러나, 이제 제발 제발 숲을 까서 건물 짓는 우를 범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건물 짓고 그 주변을 숲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할 때다.

자연 그대로를 따르는 남녀 혼탕

<사우나, 수영장시설을 갖춘 남녀 혼욕 물놀이 시설 전경. 겉보기에는 평범한 물놀이 시설로 보인다. 사실 독일사람들 한테는 그렇다. ⓒ김문환>

자연 상태 그대로 존중해서 그런가 독일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진귀한 체험이 기다린다. 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 하노버의 목욕탕을 소개한다. 입구 열쇠와 수건을 한장 받는다 샤워장으로 간다. 샤워장까지는 남녀 분리다. 가끔은 잘 지켜지지않지만 샤워장을 지나면 각종 한증시설과 마사지, 음료 코너가 있는 실내 목욕시설이다.

 <야외 식당. 그릴에서는 생선도 굽는다. 옷을 입고 먹기도 하고 알몸으로 와서 먹기도 한다. ⓒ김문환>

실내 목욕시설을 지나 야외로 나갔다. 풀장과 드넓은 잔듸밭이 펼쳐졌다. 잔디밭 사이사이로 땀을 내 피로를 더는 각종 한증시설이 실내에 있는 것과 똑같은 시설이 한벌 더 설치된 것이다. 온도별로 차별화 한 것이다. 한증 시설 한 곳은 연못 뒤에 만들기도 했다. 연못 위에서 한증이라….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리고, 군데 군데 시설을 만든 것이다. 인위적으로 한증 시설 만들고 조경한 게 아니다. 핀란드 원주민 한증 시설인 에르두 사우나는 직원이 고객을 맞았다. 뜨거운 불돌에 물을 뿌린 뒤 더운 김을 직접 내줬다. 자작나무 잎으로 더운 김을 보내주는데 건강을 비는 일종의 주술(呪術)의 의미도 담겼다. 아주 독특한 체험이다. 잔듸밭 한가운데는 식당도 있다. 그릴로 생선도 구워 먹고. 잔듸밭 군데 군데는 기다란 의자를 놓고 일광욕도 즐길수 있고, 잔듸밭에 자리를 펴고 누운 사람도 많다. 풀장에서는 여럿이 수영도 즐긴다.

< 한증실에서 땀을 뺀 뒤, 잔디밭 여기 저기 알몸으로 누워 일광욕을 즐긴다. ⓒ김문환> 

 < 야외 한증막 옆으로 잔듸 일광욕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알몸의 남자와 수건으로 가린 여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김문환>

이 과정이 대부분 국내 대형 물놀이 시설과 다를 바 없다. 단 한가지 모든 사람이 전부 알몸이라는 것 빼고는... 남여노소(男女老少) 가릴 것 없다. 모두 발가벗었다. 기자도 벗었다. 장소를 옮길 때 수건으로 일부 몸을 가리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편하게 자연상태로 둔다.

로마의 전통을 이은 목욕

< 로마시대 온천 도시 영국 배스의 로마 목욕탕에 복원해 놓은 상상도. 독일은 혼탕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배스. ⓒ김문환>  

<로마시대 목욕탕에서 요즘 비키니 차림으로 운동을 즐기던 로마 여인들. 이탈리아 시칠리아 피아짜아르메리나. ⓒ김문환>

알몸의 남녀 혼탕은 사실 독일이 원조가 아니다. 로마가 원조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런 목욕을 안하지만, 그네들 조상은 달랐다. 목욕을 무척 즐겼다. 앞서 살펴본 코스의 모든 시설이 로마 목욕탕에도 그대로 있었다. 가끔 남녀를 엄격히 가르라는 포고령이 내려졌지만, 이는 거꾸로 말하면 남녀 분리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마의 언어와 혈통을 이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은 물론 같은 게르만족인 영국에도 없고, 오로지 독일권에서 볼 수 있는 로마전통의 알몸 혼욕. 2천년 전의 문화를 되짚어 보는 역사 탐방의 일환으로 규정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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