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을 체험하면서 느낀 독일 이야기를 5편에 걸쳐 취재파일에 후일담으로 남긴다. 오늘은 첫 순서로 하노버에서 접한 독일 중학생들의 인상적인 응원을 소개한다.>
핑크 플로이드 시드 배릿 죽음
하노버에 앞서 영국 소식 하나 전한다. 1965년 영국에서 결성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앨범으로는 1973년 나와 록음악의 고전으로 불리는 (Dark Side of the Moon), 노래로는 이 앨범에 수록된 'Time'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 높은 핑크 플로이드. 핑크 플로이드가 최근 영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영국이 자랑하는 그룹인데 초창기 주도 멤버이자 프로그레스브 락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시드 배릿(Syd Barrett)이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물론 시드 배릿은 1968년 그룹을 떠났기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음악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영국에서는 핑크 플로이드를 있게 한 산파역으로 또 주역으로 시드 배릿의 의미를 놓치지 않는다. 그가 없었다면 그 후의 핑크 플로이드도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가 죽은 뒤 BBC를 비롯한 지상파 TV는 물론 신문들에서도 그의 부음 소식을 심도있게 다뤘다. 특히 그가 1968년 팀에서 나간 뒤 거의 은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일종의 음악 천재에 대한 아쉬움이 담긴 영국민들의 고별사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대중문화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우가 우리와 남다름을 들여다 볼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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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크 플로이드 멤버 시드 배릿의 죽음 기사를 전하는 TV뉴스.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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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 배릿의 젊었을 때 모습.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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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아래는 시드배릿의 젊은 시절 모습. 그리고 오른쪽은 지난해 병중일 때 모습. 세월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느낀다. ⓒ김문환 |
한국-스위스 멋진 응원전
6월 24일은 스위스와 16강 진출을 놓고 운명의 결전을 치른 날. 경기 결과에 따라 이번에 준우승을 차지한 프랑스의 운명도 갈리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경기 시간은 저녁 9시. 그러나, 하노버 시가지는 아침부터 양국 응원단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독일을 마치 홈구장처럼 여기는 수많은 스위스 응원단이 하노버 시가지를 붉게 물들였다. 스위스 국기가 붉은 색 바탕에 흰 십자가인 탓이다. 이들은 하노버 중심부 크룁케 광장 한가운데 맥주집을 점거한 채 하루종일 구호를 외치며 틈틈히 응원가도 불러 제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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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노버 시청 ⓒ김문환> |
놀라운 것은 응원가 가운데 익숙한 가락의 노래가 들려온 점. 어려서 즐겨 부르던 "꼬꼬대 꼬꼬. 먼동이 튼다. 복남이네 집에서 아침을 먹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꽁당 보리밥.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바로 이 노래. 1979년 10.26 당시 대통령과 함께 총을 맞은 차지철 경호실장은 5.16 때 해병대 대위로 쿠데타에 가담했다가 국회의원으로 변신한다. 차실장은 1974년 문세광의 국립극장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때 박종규 경호실장의 뒤를 이어 청와대에 들어갈 때까지 기자가 살던 지역구의 국회의원이었다. 차의원이 당시 동네 극장에서 "하루에 한끼 보리밥이나 국수를 먹으며..."라고 연설했는데 혼식과 분식이 국가과제였던 시절 당연히 우리 노래인줄 알고 불렀던 이 노래를 독일 월드컵에서 듣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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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응원단 마네킹 응원.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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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버 중심가 맥주집 점거한 스위스 응원단.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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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응원단과 함께. ⓒ김문환> |
뒤질세라 한국인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수는 많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특색있는 복장을 하고 다니며 한국의 선전을 기원했다. 학생이나 젊은층만 있는 게 아니었다. 참 강하다는 중년의 한국 아주머니들은 물론 가족 단위 응원단도 적지 않았다. 신세대 젊은 여성들은 당찬 모습으로 거대한 스위스 응원단을 휘젓고 다니며 대한 여성의 기백(?)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 일부 한국인들은 스위스인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며 양국을 상징하는 복장과 분장으로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축구 대결을 넘어 축구를 매개로 서로 이해하고 가깝게 다가서는 그런 모습으로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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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줌마 응원단.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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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밝고 힘찬 여성 응원단. ⓒ김문환> |
하노버 중학교 선전 기원 악대
이때 아주 이색적인 응원단이 하나 나타났다. 스위스 사람도 한국 사람도 아니었다. 독일인 이었다. 그것도 하노버시의 어린 중학생. 인솔 교사의 지도 아래 악단을 조직해 거리행진을 하는 중이었다. 누구를 응원하는 것일까? 궁금증은 바로 풀렸다. 특정 국가를 응원하는 게 아니었다. 한-스위스 전을 앞두고 양국의 정정당당한 승부와 상호 친선을 상징하는 차원에서 독일 학생들이 마련한 초국적 중립 응원단이랄까? 스위스를 상징하는 인형과 한국을 상징하는 인형을 크게 만들어 앞장 세우고, 악단이 뒤를 이었다. 학생들은 태극기와 스위스 국기를 같은 분량으로 나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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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상징 눈사람.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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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스위스 응원전 펼치는 하노버의 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김문환> |
무엇보다 한국 상징 인형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태극 무늬를 넣은 하얀 눈사람이었다. 한국인을 상징하는 흰색에 불고 푸른 태극 무늬의 아름다운 색 조화가 무척 아름다웠다. 독일 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앙증맞은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그뿐인가? 색 조화에만 머무르는가? 아니다. 눈사람은 한국서 봐도, 언제 생각해도 낭만적이고 정감어린 한국 겨울의 상징. 순간 찡하는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이국에서 느끼는 향수, 고향과 가족,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시나브로 몰려와 가슴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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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버 중학교 악대 연주. ⓒ김문환> |
하노버가 어느 나라에? 확히 알았던 하노버의 중학생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하노버의 중학생들이 한국의 선전을 기원하는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지 않은가! 한국 대사관이나 한국? 아만 마음을 주고 받는 이런 시도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인류의 화목과 세계 평화를 이루는 것 아니겠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순간 독일 중학생들이 한없이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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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드에서 연주하는 하노버 중학생. ⓒ김문환> |
문화 월드컵 대망
짧은 영어 외에는 말도 안 통해 느낌으로 마음을 주고 받아야 하지만, 이미 그 곱고 순수한 마음을 읽은 뒤여서 한없이 기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바로 이거다." 월드컵이 단순히 축구 잘하는 나라 대표팀 모여서 제 실력 자랑하는 축구판에 그치고 마는 게 아니라 지구촌 형제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고, 하나되려 다가서는 그런 축제장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독일 중학생들의 한-스위스전 선전 기원 응원 퍼레이드는 비록 크고 화려하지는 않았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모자람이 없는 만남이었다. 다음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우리가 참가하게 된다면(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축구의 승부에 앞서 문화 교류의 장으로 활용해 우리 한민족의 문화를 지구촌 이웃들에게 알리는 그런 프로그램 국가적으로 적극 개발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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