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손을 꼭 잡고 생애 첫 투표를 해보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네요"
31일 실시된 제4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외국인 유권자들은 가족 단위로 투표장을 찾아 소중한 한 표를 던지고 나오며 "진정으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기분"이라는 소감을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살고 있는 한국화교협회 임배정(56) 이사는 이날 오전 11시께 부인 윤귀국(49)씨와 아들 임진(31)씨와 함께 남가좌2동 제2투표소가 마련돼 있는 지명교회를 찾아 투표했다.
출가한 딸 임영(28)씨도 거주지인 경기 용인시에서 투표에 참여, 임 이사 가족은 한명도 빠짐없이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했다.
투표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도 투표를 하기가 어려워한다는 지방선거이지만 임 이사 가족은 4월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했던 투표 시연회에 참가해 '예행연습'을 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임 이사는 "화교를 비롯한 외국인 영주권자들이 지금껏 한국에서 의무만 이행하고 권리에서는 소외돼 왔는데 이렇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흐뭇해 했다.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회현동 회현동사무소에 설치된 회현동 제1투표구 투표소를 찾은 왕소산(56)씨 가족은 밝은 표정으로 투표소를 나섰다.
왕씨는 "아내와 대학교에 다니는 딸과 함께 어젯밤 가족회의를 열어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한 후보자를 골라 밀어주기로 약속을 했다"며 "회현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일꾼이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에는 한국인이나 화교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같은 투표소를 찾은 대만인 화교 3세 유 모(25·여)씨는 "약속이 있어 바빴지만 기왕에 받은 권리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고, 유씨 어머니도 "평생 못해볼 줄 알았던 투표를 하다니 기쁘다"며 감개무량해 했다.
왕씨 가족과 유씨 모녀가 찾은 회현동 제1투표구 투표소는 인근에 대만 출신 화교 거주지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전체 투표자 2천701명 중 대만인이 7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이번 선거부터 투표할 수 있게 된 외국인 6천 726명 중에는 대만 출신 화교 6천511명, 일본인 51명 등으로 동양인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인은 8명에 불과했고 독일인은 2명, 아일랜드인은 1명 등이었다.
2001년 한국에 온 캐나다인 랄프 프루진스키(30.영어강사)씨는 역삼동 천주교회에 마련된 역삼2동 제3투표소에서 이날 오후 투표하고 나온 후 "한국에서 투표를 하게 되서 매우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 후보자 정보를 수집했다는 프루진스키씨는 "정치인들에게 정직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