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 우디 앨런처럼 뉴욕출신 영화인들에게 뉴욕이라는 도시는 단순한 도시 이상으로 작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뉴욕은 커녕 미국땅을 밟아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알 도리가 없지만 거기서 잠깐 살다온 사람들이나 관광 갔던 주변 사람들이 이구동성 멋있다, 또 가보고 싶다고 하는 걸 보면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입니다. (2001년에 10년짜리 미국 관광 비자를 받아놔서 만기가 2010년인가 그런데 그전에 한번 가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요즘 비자받기가 장난이 아니라던데…….흑)
스파이크 리 감독 작품 가운데 2003년 작 [25시]는 백인 뉴요커가 주인공인데 여기서도 뉴욕은 단순한 배경무대 이상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작품 [인사이드 맨]은 덴젤 워싱턴, 클라이브 오언, 조디 포스터, 윌렘 데포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무장한 범죄 스릴러입니다.
뉴욕 한복판에서 대낮에 은행에 무장 강도가 들어와 인질극을 벌입니다. 우두머리 달튼(클라이브 오언)은 인질들에게 똑같은 작업복과 복면을 씌워 강도와 인질들을 구분하지 못하게 합니다. 인질 협상에 한가락 하다 경찰관 키스(덴젤 워싱턴)가 현장에 투입돼 인질범들과 두뇌게임을 벌이며 협상을 시작하지만 일반적인 인질범들과 좀 다르다는 낌새를 차립니다.
은행 주인인 아서는 뉴욕에서 훌륭한 로비스트이자 은밀한 프로젝트를 할 해결하는 변호사 매들린(조디 포스터)을 찾아 인질극이 벌어지는 은행에서 모종의 작전을 부탁합니다. 훌륭한 로비스트답게 곧바로 시장을 찾아가 요구조건을 말하고 시장은 무슨 이유에선지 매들린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줍니다. 한편 도망갈 비행기를 마련해 달라며 방방 뜨던 인질범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자 인질들과 섞여 순순히 은행을 나옵니다. 금고에 가득 쌓인 돈은 그대로 있고 40여 명의 인질과 범인이 똑같은 복장으로 뒤섞여 있어 범인을 가려내는 경찰은 환장할 지경에 놓이게 됩니다. 인질범이 진짜 노렸던 것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빠져나갔을까요?
영화는 [오션스 일레븐] 같이 치밀한 범행과 그를 막거나 잡으려는 경찰과 벌이는 두뇌게임에 관객이 같이 참여하며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그런 기본적인 구조에 인종문제에 천착해온 흑인감독답게 미국 내에서의 인종을 둘러싼 갈등을 언급합니다. 또 누가 범인이고 누가 인질인지 모르는 혼돈을 통해 9.11 테러 이후 미국 내에 일상적으로 뿌리내린 공포와 혼돈을 우의적으로 표현합니다. 인질로 잡힌 흑인 소년의 게임기 내용을 보면 경악을 넘어 쓴 웃음이 나오게 됩니다.
또 하나의 재미는 마지막 결말에서 밝혀지는 범행의 목적이 저 멀리 나치시대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중년의 나이에 살도 불고 배도 나오고 능글능글하고 조금은 타락했지만 그래도 왕년의 한 가닥은 남아있는 경찰역의 덴젤 워싱턴을 보는 재미와 지적이고 항상 바른생활을 하며 고군분투하는 역할로 나왔던 조디 포스터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거물 로비스트 역할을 보여주는 이미지 변신이 볼거립니다.
중간 중간 시간을 가로질러가 범인과 인질범을 가리는 심문 장면에서 다소 지루하고 머리가 복잡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마지막 범행의 비밀과 쿨한 결말이 비교적 산뜻한 느낌을 주는 범죄 스릴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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