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국참연대. 노사모 상임 고문이 박주선 변화사에게 보내는 편지>
-박주선 변호사님. 결단을 하신건가요.-
선택도 내가, 책임도 내가 진다. 그러나.
“떠나야 할 시간은 왔다. 우리는 서로의 길을 간다. 나는 죽고 당신 산다. 그러나 어느 것이 나은지는 신만이 안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독백입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유명한 말입니다. 이른바 명언이라는 것이죠.
소크라테스는 옥중에서 탈출을 권하는 제자들에게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로 제자들의 권유를 거부합니다. 후세는 이 말을 금과옥조로 알고 ‘악법도 지켜야 된다’며 악법의 오남용을 옹호합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소크라테스가 탈출을 단념하고 독배를 든 것은 악법을 지키지 위해서가 아니라 악법으로 해서 죄 없는 사람이 이렇게 죽는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한 처절한 저항이라는 해석도 합니다.
소크라테스의 선택은 삶과 죽음의 갈림 길에서 내린 결단이라면 박주선 변호사님의 서울시장 출마결단은 어떤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 될까요.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박변호사님은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하신 명석한 분입니다. 검사시절에도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선두 주자였죠.
때문에 박변호사님이 이번에 내리신 서울시장 출마결단이 결코 껄렁껄렁한 사이비 정치인이 내린 그냥 한번 해 보는 정치 작란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박변호사님은 “중앙당의 제의를 수용해 전남지사 출마의 뜻을 접고 서울시장에 도전하겠으며 서울에서 박주선 바람을 일으켜 민주당을 살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릇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이라면 당의 뜻을 따르는 게 도리입니다. 되먹지 못한 얼치기 정치인이 당의 의사를 무시하고 탈당을 식은 죽 먹듯 하고 탈당이 마치 불의를 응징하는 것처럼 행세하는데 그 꼬락서니는 정말 눈 허리가 시어서 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번에 박변호사께서 당의 뜻을 수용해 남들이 만용이라고 평가하는 서울시장 출마에 용기를 낸 것은 우선 대단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행위의 선악은 결과가 결정을 한다는 서양 속담이 있습니다만 박 변호사 님이 서울시장에 멋지게 당선이 된다면 지금 이런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코가 납작해지겠지요.
뿐만 아니라 박변호사의 깊은 안목을 평가하며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겠느냐’고 비웃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한치 앞에 일도 모르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냥 미루어 적당히 짐작을 하고 그것으로 마치 세상사를 다 아는 것처럼 기고만장하는 게 또한 인간입니다.
지금 제가 주제넘게도 박변호사님께 공개편지를 쓰는 무례를 저지릅니다만 보시기에 참 기가 막히실 겁니다.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군데 일면식도 없는 나한테 공개편지냐고 화도 나실 겁니다. 박변호사님은 워낙 유명한 분이라 모르는 국민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저를 아는 사람이야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저도 박변호사님을 언론을 통해서는 잘 알고 있으며 몇 년 전 예술의 전당 음악회에선가 마침 바로 옆자리에 앉아 계시어 제가 이사를 드렸습니다만 지금 기억이 남아 있겠습니까. 그 때도 음악회에 오는 정치인이 좀 낯설기에 참 좋아 보였습니다. 덧 부쳐 말씀드린다면 저는 열린 우리당의 평당원입니다. 그러나 당원이기 이전에 아무리 생각을 해도 박변호사님의 행동이 상식과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공개편지를 쓸 용기도 낸 것입니다.
박주선 변호사님.
인생이란 것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게 마련인데 때로 이런 일이라는 것이 아주 못 견디게 고통스러운 경우도 있죠. 박변호사님이 겪으신 ‘세 번 구속에 세 번 무죄’라는 것도 실은 한치 앞도 모르는 인간의 능력으로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허약한 인간의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억울하죠. 무죄가 됐는데 왜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한도 맻 지셨겠죠. 왜 안 그렇겠습니까. 누구보다도 잘 나가던 법조인으로서의 장래가 무너져 버렸으니 왜 한이 안 되겠습니까.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한을 풀고 싶은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그게 진짜 인간적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저는 절대로 원수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오른 쪽 뺨을 맞으면 왼 쪽 뺨을 내 주라고 하지만 저는 그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게 세상을 사는 보통사람들의 정서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뺨을 맞고 복수로 다시 뺨을 때리고 다시 맞고 그러다 보면 끝이 없고 세상은 온통 복수로 피투성이가 되겠지요. 끔찍합니다.
박변호사님도 정치를 하시지만 참으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위선은 기가 찹니다. 속마음은 깊숙하게 접어두고 다른 말을 합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고 합니다. 얼마나 좋은 말입니까. 하지만 그 말을 믿는 국민들은 얼마나 될까요. 차라리 이렇게 말을 한다면 정직하다고 박수를 받지 않을까요.
‘나는 자신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 나라와 민족은 다음이다.’
내가 존재함으로서 우주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죽은 정승이 개만도 못하다고 하죠. 나부터 살아야 된다고 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 들으시면 뺨 맞을 소리지만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바로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가 설사 그렇게 흘러 왔다 하드라도 이제는 좀 달라져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변호사님.
늘 하는 얘깁니다만 정치인은 야망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야망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정치사기꾼이나 할 소리지요. 그러나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대의와 명분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의와 명분에 어긋날 경우에는 야망을 접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정치인이며 그런 정치인을 국민들은 존경하게 됩니다.
박변호사님의 정치적 야망이야 국회의원을 하셨으니까 충분히 국민들이 알고 있습니다. 박변호사님이 겪은 정치적 좌절도 잘 압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요. 대의와 명분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인가요.
출마를 하고 당락이야 서울시민이 선택할 문제지만 진정 나라와 서울시민과 박변호사님의 정치적 경륜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인가요.
박변호사님.
인간이 가슴에 품고 있는 한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입니다. 한이 매치면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속담입니다만 여성이 한을 품으면 5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습니다. 왜 여성뿐이겠습니까. 남성인들 뭐가 다르겠습니까. 한이란 그만큼 전율할 원초적 감정입니다.
박변호사님은 참여정부에서 두 번 구속이 되었고 두 번 무죄가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박변호사님이 한 풀이를 하기 위해서 출마를 결심했다고도 하드군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한은 본인만이 그 깊이를 아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감정은 이해하되 판단은 잘못하신 겁니다. 어느 누구를 위해서도 현명한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합니다.
민주당이 박변호사님을 앞세워 역시 한 풀이를 한다는 것이죠.
속된 속담으로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것입니다. 서울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일정 부분 있으니까 그들의 표로서 시장 선거에서 초를 치자는 것입니다. 민주당이나 박변호사님이나 선거에 초를 쳐 보겠다는 생각은 모두 잘못입니다. 그런 생각을 자지고 무슨 정치를 한다는 것인가요.
서울시민의 수준을 그 정도로 보는 것도 잘못입니다. 시민들이 왜 자신이 한풀이의 대상으로 이용당하는 용인할까요.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을까요. 제가 드린 말씀이 모두 사실이 아닌가요. 당당하게 부인할 수 있나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씀하실 수 있나요. 그럼 제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겠습니다.
민주당이나 한화갑 대표나 정치를 그렇게 가지고 놀면 안 됩니다. 국민이 손안에 쥐고 마음대로 노는 공기돌인가요. 아무리 언론에 나서서 선동을 해도 국민은 웃습니다. 사람들은 두 분이 고약하게 망가진다고 측은해 합니다.
박주선 변호사님.
결정은 당신이 하십니다. 당신이 결정하고 당신이 책임을 집니다.
정치는 최고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멋진 예술을 하십시오. 인생은 짧고 역사는 영원합니다.
2006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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