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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황정민 망가지다/지하철 1호선 3천회 공연

안녕하세요. 며칠 꽃샘추위가 오긴 했지만,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BR 3월초에 보내드린 글에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3천회 기념공연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지금 그 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며칠 꽃샘추위가 오긴 했지만,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3월초에 보내드린 글에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3천회 기념공연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지금 그 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28일부터 오늘까지 사흘 동안 열리는 기념공연 첫날 다녀왔습니다.

아래는 기념공연에 다녀와서 제 블로그(http://ublog.sbs.co.kr/shkim0423)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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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3천회 기념공연을 다녀왔다.

이렇게 웃어보긴 정말 오랜만이다.

 

‘지하철 1호선’ 3천회 기념공연에는 이 작품을 거쳐 간 배우들이 익살스러운 단역으로 우정 출연했다.

‘지하철 1호선’에는 평소 지하철에서 쉽게 볼 수 있는(혹은, 볼 수 있었던) 잡상인과 구걸인, 사이코 전도사, 양아치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웃음을 던져주면서도 당대 서울의 모습을 풍자하는 재미있는 배역들이다.

 

내가 본 기념공연 첫날에는 조승우, 황정민, 장현성, 배해선 씨 등이 출연했다.

 

조승우는 지하철에서 빨간 고무장갑을 파는 잡상인 역이다.

까만 트렌치코트에 모자를 쓰고 자못 근사하게 등장하더니, 곧 흘러나오는 쿵짝쿵짝 음악에 맞춰 춤추며 단돈 천원에 ‘절대 찢어지지 않는 강력 고무장갑’을 쫘르륵~ 펼쳐보인다.

 

‘IMF 때문에 손님들 덕 보는 거야‘ 주장하며 고무장갑을 길게 잡아당기며 춤추는 모습, ‘진지한 청년 조승우’에 익숙했던 사람들을 포복절도하게 됐다.

 

압권은 모자를 벗으니 나타나는, 숱 몇 가닥 남은 대머리.

게다가 본래 대본에 없던 애드리브까지.

지하철 좌석에 앉아있던 수녀에게 고무장갑을 팔기 위해 ‘내 세례명이 라텍스’라고 너스레를 떠는데, 나는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는 한 줄 쓰는 데도 며칠이 걸릴 정도로 정교하게 계산된 대사를 즉흥적으로 바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데, 우정 출연한 배우들의 애드리브에 대해서는 ‘하루 이틀 하고 말 놈들은 맘대로 하라 그래’ 하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애드리브가 아주 좋으면 대본에 정식으로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나는 진지하게 건의했다. 관객을 더 웃기려는 조승우의 고민이 반영된 ‘내 세례명이 라텍스’ 대사를 대본에 반영해 달라고.^^)

 

한동안 차내 분위기를 휘어잡던 ‘잡상인 조승우’는 곧이어 쫄티를 입고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채 험악한 표정으로 등장하는 ‘양아치 황정민’에 밀려 장갑은 팔지도 못하고 한구석에 ‘찌그러지고 만다’

자신의 전과 기록을 들먹이며 사람들에게 겁을 줘서 돈을 뜯어내려는 (예전에는 버스나 지하철에 이런 사람들이 종종 있었는데, 요 몇 년 사이에는 보지 못했다) 황정민의 모습은 코믹하기 그지없다.

 

말끝마다 ‘씨~ ㅂㄹ’을 연발하는가 하면, f누런 옛날 신문에서 흉악 사건 범인 검거 기사를 오려 와서는 ‘여기 뒤돌아 서 있는 게 나여’ 주장하더니, 그래도 겁을 안 먹는 것 같으니까, 쫄티를 확 걷어올려 배에 그어진 ‘칼자국’을 보여준다.

‘하나만 더 그으면 제트여~’ 하며.

아, 정말 너무 웃겨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

 

황정민은 2막에서도 ‘구걸남’으로 출연해 다시한번 확실히 망가지고, 다른 배우들이 ‘지하철을 타세요~’ 하고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본래 등장하기로 한 장면이 아닌데도) 조승우와 함께 무대 양편에서 깜짝 등장해 '막춤'을 선보였다. 객석에서는 ‘꺅~’ 소리가 터져나왔고.

 

낯이 익은 배우들이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망가지는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조승우 황정민 말고도 장현성, 배해선, 이미옥, 최무열, 김학준, 권형준 씨 등 텔레비전과 영화,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이 등장할 때마다 무대에는 활기가 넘쳤고 객석은 들썩거렸다.

 

공연이 끝난 뒤 벌어진 뒤풀이 자리.

아마 요즘 가장 바쁜 배우들일 조승우, 황정민까지 모두 참석해 ‘지하철 1호선’ 배우와 제작진들이 함께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3천회 공연을 자축했다.

이들이 ‘지하철 1호선’이라는 작품에, 그리고 극단 학전에 갖고 있는 애정은 각별해 보였다.

 

황정민은 ‘교과서 같은 작품이며 지금도 연기의 기본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했고, 조승우는 ‘많은 것을 배운 학교’이며 나의 휴식처라고 했으며, 장현성은 ‘내 20대를 바친, 친정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황정민이 김민기 대표의 손을 잡으며 ‘우리 선생님 그동안 많이 늙으셨어. 주름이 쭈글쭈글해. 어떻게 해요. ’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따뜻한지, 지난 연말 한 영화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 첫머리에 ‘김민기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고 한 것이 그냥 인사치레가 아니었음을 새삼 느끼게 했다.

 

'지하철 1호선‘이 한국 공연계에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운 날, 이 작품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일 미뤄두고 기념공연에 참여한 배우들, 뒤에서 묵묵히 배우들을 뒷받침해준 제작 스태프들, 그리고 12년 동안 ‘지하철 1호선’을 탑승해 준 관객들, 이게 ‘지하철 1호선’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김민기 대표는 ‘지하철 1호선’이 ‘골리앗과 다윗’에 비견될 정도로, 화려한 대형 공연들에 비해 소박한 작품이지만, ‘멀리 딴 세상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돌리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계속 사랑 받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지하철 1호선’은 올해 초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인 배우들이 공연하고 있다.

기념 공연에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후배들의 연기는 아직 무르익지 않았고 미숙한 점도 많았지만, 운행을 거듭할수록 달라질 것이다.

이들 중에서도 또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것이고.

 

3천회를 돌파한 ‘지하철 1호선’은 앞으로도 운행을 계속한다.

4천회, 5천회, 만 회 기념 공연도 열려, 이렇게 유쾌한 잔치 같은 공연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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