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들 못지않은 지식들로 법을 잘 몰라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 주시는 분, 올해 69세의 강선희 할머니입니다.
[저희 같은 무지한 사람들은 법에 대해 잘 모르는데, 안내를 해 주시니까 너무 편하고 감사합니다.]
법원에서 보내는 강 할머니의 하루에는 젊은 시절 꿈에 대한 회한이 남아 있습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강 할머니의 꿈은 원래 판사였습니다.
그것은 할머니 어머니의 바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강 할머니는 자신의 성공보다 화목한 가정의 안주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강선희/법원 민원도우미 할머니 : 어머니께는 항상 죄송스러워. 어머니는 끝까지 공부를 하도록 해서 판사를 시키겠다고 했는데.]
결혼을 하고, 지금은 1남 3녀의 자식들과 손자들까지 세상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보물들을 얻었지만, 할머니는 가끔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린 듯한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강선희/법원 민원도우미 할머니 : 항상 죄송스럽고, 지금은 내가 이렇게 늦게나마 공부를 해서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고 눈을 감으면 좋을텐데 꿈도 야무지겠죠? 그쵸? ]
이렇게 시작한 '법원 민원 도우미' 생활은 올해로 6년째.
황혼의 나이지만, 이렇게 법원에서 봉사를 시작하고서야 할머니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은 덜어낸 듯합니다.
강 할머니는 이혼, 가처분, 호적, 개명 등 민사 사건부터, 형사 사건 탄원서까지 사람들이 가져온 서류를 꼼꼼하게 살펴봐 줍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나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대신 소장을 써 주기도 합니다.
이런 강 할머니의 봉사는 민원실 업무에도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문행준/서울중앙지방법원 종합민원실 : 법원이나 검찰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민원실에 왔을 때 강 할머니가 인생 상담을 해주면서 감정도 진정돼서 제대로 일을 보고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
점심 시간, 끝없이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식사 시간이 늦춰질 때도 종종 있지만, 할머니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법원에서 주는 하루 식사비용은 1만원.
강 할머니는 이 돈을 쪼개 삶에 지친 이들에게 밥을 사주며, 함께 마음도 나눕니다.
[강선희/법원 민원도우미 할머니 : 생애 있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사람들 가슴에 기쁨을 주고, 내가 사랑의 배달부가 된다는 거. 그게 나로서는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강 할머니는 요즘도 틈만 나면 법전을 펴 봅니다.
행여나 자신의 충분치 못했던 설명 때문에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언제 세상을 등질지 모른다고 말하는 강선희 할머니.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할머니는 말합니다.
[강선희/법원 민원도우미 할머니 : 젊은 날은 잘 몰라요. 봉사한다든가 (남을) 돕겠다는 건 잘 모르고 자기 자신을 위해 앞서가게 되거든요.]
그래서 할머니는 이제 기도합니다.
[강선희/법원 민원도우미 할머니 : 법원에서 많은 사람들을 돕다 죽든지 그렇게 나의 마지막을 아름다운 석양처럼 장식해 달라는 기도를 하죠. 그것 밖에 없어요.]
가슴 시린 사연을 안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따뜻한 손길로 다독여주는 늘 밝은 표정의 강선희 할머니를 오랫동안 만날 수 있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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