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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원정기-뚝배기보다 장 맛

[나의 결혼 원정기]는 농촌 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베트남 초혼, 재혼 ...같은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현수막이 종종 눈에 띄는 요즘, 농촌 총각의 국제 결혼을 소재로 다룬 영화입니다. 서른 여덟이 되도록 장가도 못가고 나이 많은 할아버지와 홀어머니

[나의 결혼 원정기]는 농촌 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베트남 초혼, 재혼 ...'같은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현수막이 종종 눈에 띄는 요즘, 농촌 총각의 국제 결혼을 소재로 다룬 영화입니다.

서른 여덟이 되도록 장가도 못가고 나이 많은 할아버지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성실하지만 못난 농촌 총각 홍만택(정재영)은 여자 눈도 제대로 못 쳐다보는 쑥맥입니다.

'가끔이 아니라 종종' 하는 몽정때문에 집안 어른들 몰래 팬티까지 빨면서 '차라리 여자처럼 폐경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극한(?)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로 처량한 신세. 유일한 낙은 같은 노총각인 택시기사 희철(유준상)과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신세한탄을 하는 것입니다.

만택의 할아버지(김성겸)는 '남편복 없는년 자식복도 없다'고 연일 바가지를 긁는 며느리(김지영)를 보다 못해 우즈베키스탄 원정 결혼을 제안합니다. 희철과 세계지도를 눈이 뚫어져라 찾은 결과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 낀 우즈벡을 발견하고 경비 200만원, 성사금 80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드디어 원정길에 오릅니다.

만택, 희철의 원정대에는 58년 개띠 나이에 대머리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가진 것은 돈밖에 없다는 집념으로 젊은 색시를 찾으러 온 두식과 원정 결혼에 성공해 성대한 현지 결혼식을 올리러 가는 상진이 함께 합니다.

서른 여덟 평생 여자와 제대로 눈한번 못 맞춰봤던 만택은 우즈벡에서 만난 처녀 앞에서도 역시나 진땀나는 실수 연발이고...하지만 통역으로 나선 현지 교포 여인 라라(수애)에게 은근히 호감이 갑니다...

감독은 TV 다큐 프로그램인 인간극장에서 소재를 얻었다고 합니다. 장가 못가는 농촌 총각 이라는 문제는 우리 사회 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무거운 사회물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에서 중심잡기가 성패를 가르는 요소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여집니다.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자칫 웃음거리로만 만들어 버리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보러온 관객이 낭패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배추밭을 갈아 엎었다든지 키우던 돼지가 떼로 죽었다든지하는 대사나 중간중간 만택이 사는 농촌의 현실을 중간 중간 보여주는 것은 호젓한 전원이나 때묻지 않은 청정 같이 도시인이 갖기 쉬운 환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해줍니다.

영화가 중심을 잡고 재미있게 전개되다가 막판에 감동까지 주는 공식을 이행하는 것에는 정재영의 힘뺀 연기와 조연들의 호연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항상 성실한 자세로 연기에 집념을 불태우는 정재영은 이제 한국영화의 차세대를 책임질만한 위치에 오른 것 같습니다.

영화 내내 전혀 멋있게 보이지 않는 모습에 마지막 부분에 뛰는 장면에서는 작정하고 멋없게 뛰는데 힘뺀 연기의 진정한 미덕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의 감동을 제외하고 희철의 원정 결혼 작업에서 상대 여자를 찾아가 사과하는 장면에서 '내앞에서 우는게 싫었어요. 나랑 비슷하기 때문에... 너무 바보같아서'하는 대사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더군요. 겉으로는 뺀질거리고 별 고민없어 보이는 희철의 캐릭터에 풍부한 살을 붙여주고 애정이 가게 만듭니다.

대한민국 중년 아줌마들 절반 이상을 TV앞에 붙잡아 놓고 그 아줌마들의 강권에 남편들까지 억지로 봤다던 최진실 주연의 드라마 '장미빛 인생'에서 남자 주인공의 작은 어머니(첩)으로 나와 감초 역할을 충실히 했던 김지영씨는 이 영화에서는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웃음의 많은 부분을 만들어 냅니다. (결혼해 보겠다고 이역만리로 날아간 아들이 건 전화에다 대고 '양수기 안 고쳐놨다'는 둥 하는 장면은 디테일의 진실성을 충실히 확보하고 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보다는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한 우즈벡 현지 로케이션 탓인지 화면의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조명이 제일 불만스럽습니다. 한마디로 화면의 때깔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해 NG 컷이 아닌가 싶은 정도의 장면도 군데군데 눈에 뜨입니다.

이 영화의 장르가 사회성이나 현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아니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라는 사실만 염두에 두신다면 재미와 감동을 함께 담고 극장문을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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