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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que du soleil 서커스도 돈을 벌 수 있다

BR서커스하면 우선 떠오르는 인상은 한마디로 초라함이다. 울긋불긋 촌스러운 안내 전단부터가 그렇다. 예비군복 아니면 낡은 점퍼를 입고 표를 파는 늙은 아저씨나, 형편없는 음질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철 지난 음악도 마찬가지다. 공연장 안으로



서커스하면 우선 떠오르는 인상은 한마디로 초라함이다. 울긋불긋 촌스러운 안내 전단부터가 그렇다. 예비군복 아니면 낡은 점퍼를 입고 표를 파는 늙은 아저씨나, 형편없는 음질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철 지난 음악도 마찬가지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도 이런 문제는 별로 개선되지 않는다. 초등학교나 입학했을까 의심스러운 여자 아이가 온몸을 비틀며 억지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실망감은 짙은 연민으로까지 번진다.

사건 기자 수습 시절이었다. 서커스단에서 학대 받다 도망쳐 나온 소녀의 이야기를 취재했었다. -이것도 아마 한 5년에 한번씩 반복되는 전형적인 사회부 기사다.- 그 아이는 종아리부터 목덜미까지 시퍼런 멍이 수십 군데였다. 그 뒤로 서커스 구경은 주말 나들이 계획에 후보로 오르기가 대단히 어려워졌다.


그렇게 외면하던 서커스를 올란도에서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 찾았다. 공연장 자체가 내가 알고 있던 서커스장과는 딴판이다. 동네 주차장에 임시로 설치된 천막보다는 낫다는 얘기가 아니다. 세종문화회관과 비교해도 그리 뒤지지 않을 만큼 수준급이다. Cirque du soleil. 우리 말로 옮기자면 <태양의 서커스>가 될 것이다.

공연 제목은 La Nouba - 제목 붙은 서커스를 보는 것도 이번이 처음 같다. 막이 오르자 마자 German Wheel이라는 철제 바퀴를 탄 곡예사들이 사방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무대 자체가 심상치 않다. Power Track 이라는 집단 덤블링 묘기는 삭막해 보이는 건물 배경과 어우러져 살기 위해 개구리처럼 뛰어다녀야 하는 인간 군상을 묘사한 듯한 느낌을 준다. 관객들을 둘러보니 무언가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다.

 

감탄과 폭소, 그리고 집중을 반복하다가 Aerial Ballet in Silk에 이르면 사람이 만드는 무대 공연이 여기까지 올 수도 있구나 하는 경외감마저 스며 나온다. 오랜 기간 내 머리 속 서커스란 단어에 따라 붙어 있던 초라함이나 연민 같은 감정이 말끔히 사라지는 순간이다.

Cirque du soleil은 지난 84년 캐나다 퀘벡주의 한 작은 마을에서 몇몇 광대와 곡예사들이 모여 출발한 서커스단이다. 그러나 창단 20년이 조금 넘은 오늘은 연간 매출 5천억원을 과시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작은 이랬다. 날이 갈수록 비어가는 객석을 보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그 비싼 돈을 주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열심히 찾는 사람들이 왜 값싼 서커스는 외면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들은 자신들의 서커스를 뮤지컬이나 발레와 비슷하게 만들어 보기로 했다.

줄타기, 덤블링, 원반묘기, 그리고 고공 그네 같은 개별 묘기들을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 틀 안에 적절히 배치하고 음악과안무와 의상과 무대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원가가 올라가니 표값도 비싸질 수 밖에 없었다. 타겟 을 코흘리개들 대신 데이트를 즐기는 성인들이나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Cirque du soleil은 전세계 90개 나라에서 연인원 5천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경영학계에서는 Cirque du soleil의 성공을 이른바 블루 오션 전략의 사례로 들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들어서 하도 블루 오션 타령들을 하길래 뭔가 했더니 간단한 얘기였다. 세상에 없는 기발한 것 찾아내려고 고민하지 말고, 있는 것을 잘 포장하고 재배치하고 가치를 블어 넣으면 전혀 새로운 상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Cirque du soleil은 충분히 블루 오션의 개척자로 평가받을 만 하다. 서커스는 낡았고 발레도 드물지 않고 뮤지컬은 도처에 널려 있지만 그 셋의 정수만을 뽑아 적절하게 한데 섞으면 외면하던 고객들을 다시 불러 열배의 표값을 받아 낼 수 있는 것이다.

Cirque du soleil의 단원 가운데는 올림픽 체조 메달리스트도 있다고 한다. 해마다 열리는 오디션에는 수준급의 발레리나나 뮤지컬 배우들이 몰려든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 돈을 준다니까 뮤지컬 무대를 떠나 서커스판으로 가는 게 아니다. Cirque du soleil의 단원이 될 수만 있다면 버는 돈이 줄어도 브로드웨이를 팽개치고 달려가는 것이다. 창조적인 가치의 구심력은 이렇게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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