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찰이 수사를 부실하게 하는 바람에 2년 넘게 진행돼 온 성폭행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대법원이 범인 식별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곽상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재작년 경기도 포천에서 10대 소녀 두 명이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같은 전과가 있는 5명의 사진을 보여준 뒤 피해자들이 범인으로 지목한 25살 박모씨를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무죄.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범인 식별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피해자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대법원이 지적한 수사 과정의 문제는 이렇습니다.
우선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한 목격자 진술을 사전에 상세히 기록해 놓아야 하지만 그 과정이 소홀했습니다.
또 목격자에게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들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는 원칙도 어겼습니다.
피해자들은 용의자가 '머리가 짧다'고 했는데 경찰이 보여준 사진 가운데 머리가 짧은 사람은 피고인 한명 뿐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함께 조사를 해, 한명이 먼저 범인을 지목하자 나머지 한 명도 같은 의견을 밝힌 것도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렸습니다.
[이정석/대법원 공보관 : 사람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고 잘못된 선입관을 지닌 채 조사에 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으로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한 세심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경찰의 허술한 일처리로 포천에서 발생한 10대 성폭행 사건은 발생 2년만에 다시 미궁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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