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과거 의혹사건 관련자료는 다 파기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두 다 남아있는 것도 아니다."
오충일 국정원 과거사진실위원회 위원장은 그제 저녁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터넷언론인포럼 주최의 간담회에서 조사활동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현재는 국정원에 보관된 마이크로필름으로 과거사건의 직접적 단서가 될만한 문서를 찾고 있으며 관련자들에 대한 양심고백 의지를 묻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진실규명의 가장 빠른 지름길은 양심고백"이라며 "그러나 국정원 과거사건 관련자들은 현재 사회적 분위기가 양심고백할만큼 무르익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 과거사건 관련자들은 대부분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하고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는 입장이라고 오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양심고백을 해도 사회적으로 매장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당사자들이 그때 진실을 밝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 자료실에 가보니... "과거사건 자료는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
과거 미국유학생간첩단사건 규명위원회 활동을 한 바 있다는 오 위원장은 "국정원에 남아있는 관련기록을 찾아봤다"며 "국정원 자료실에는 그 사건관련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기관이 과거사건과 관련된 기록을 모두 다 불태운다는 것은 별로 신빙성이 없다"며 "사안별로 5년∼15년간 보존연한이 있고, 이 기간이 끝나면 모두 없애는 게 아니라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한다"고 전했다.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제기한 '자료파기설'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며 "실제 국정원 자료실은 아무나 들락거리는 장소가 아니"라며 "아무리 원장이라 해도 자료실은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진실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KAL858기 폭파사건에 대한 자료만도 3∼4개의 캐비닛이 넘는다"며 "대부분의 과거사건 자료는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돼 있다"고 전했다.
"문서가 모두 진실은 아니다"
그러나 국정원 과거사건 조사에서는 '문서가 모두 진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견해도 오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납치사건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이 탄 배 위에 CIA 비행기가 떠서 미국이 자신을 살려줬다고 말했지만 국정원에 따르면 CIA는 비행기를 안쓴다고 했다. 그럼 뭐가 진실인가. 이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의 경우에도 최초 명령자가 누군지 밝혀져야 하지만, 실제 문서를 파악한 바에 따르면 최고 명령권자는 기록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국정원 기록을 살펴보면 말단부터 과장 등 사건관련자들이 모두 기록돼 있는데 최고 명령자는 나오지 않는다"며 "실제 '김형욱 전 중앙정보장 실종사건' '김대중 납치사건' 등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사 자료 모두 파기된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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