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통사고 피해자는 알지도 못하는 합의서가 경찰의 수사 기록에 버젓이 들어가 있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진송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영찬씨는 지난해 4월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든 차에 들이받혀 전치 5주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또 다른 피해 차량까지 차량 3대가 충돌한 대형사고였습니다.
당시 가해 운전자는 혈중 알코올 농도 0.208%의 만취 상태.
신호위반에다 음주운전까지 가중처벌 항목을 2개나 위반했지만, 가해자는 가벼운 벌금형만 받고 풀려났습니다.
[김종덕/피해자 : (합의를 해주신 적이 있나요?) 없어요. 가해자를 만난 적이 한번도 없어요.]
[이영찬/피해자 : 경찰은 이건 합의사항도 아니고 합의는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기록을 확인하자 놀랍게도 정작 피해자들은 써준 적도 없는 합의서가 버젓이 포함돼 있습니다.
[담당경찰/경기도 일산경찰서 : (합의도 안된 합의서가 왜 법원에 올라가 있어요?) 하여튼 그것은...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확인하셨어요? 피해자에게?) 합의서 들어오면 우리는 다 확인해요.]
경찰이 첨부한 합의서에는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지장까지 찍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피해자의 지문이 맞을까.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김미경 감정사/대한문서감정원 : 이 합의서에 날인된 지문하고 이영찬씨(피해자)의 열손가락 지문을 대조해 보니까 일치하는 지문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어요.]
또 다른 감정사 역시 지문이 다르다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감정 결과를 제시하자 경찰은 그제서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꿉니다.
[담당경찰/경기도 일산경찰서 : 우리는 자꾸 (합의서) 가져온 사람에게 이게 틀렸네, 저게 틀렸네 그러면 화 낼까봐 그냥 접수는 했는데...]
현재 가해자는 연락이 끊긴 상태.
경찰은 피해자에게 합의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조서조차 아예 작성하지 않았고, 이 엉터리 합의서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영찬/피해자 : 참 어이가 없어요. 공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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