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계엄 당시 설치하려 했던 '비상입법기구'가 국회를 대체하기 위한 입법기구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비상입법기구는 긴급재정입법권 수행을 위한 조직이라며 같은 취지의 답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비상입법기구 설치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비상입법기구 설치로 국회를 대체할 새로운 입법기관을 만들려는 것이었다면, 헌법상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시키거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봐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어제(23일)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비상입법기구'의 성격과 관련해 "국보위(국가보위입법회의)와 같은 성격이라 생각했다면 고도의 정치 문제이기 때문에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쪽지를 줄 필요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보위는 제5공화국 헌법에 따라 새 국회가 구성될 때까지 국회 권한을 대행한 입법기구입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이를 막지 않은 것은 국회라는 시스템을 인정한 것"이라며 "계엄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사실 자체만으로도 (내가) 국회를 통제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김 전 장관 역시 '비상입법기구는 5공화국 당시 국보위처럼 입법 권한을 실행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냐'는 이미선 재판관의 질문에 "그랬다면 (관련 쪽지를) 국무총리에게 주지, 왜 기재부 장관에게 줬겠냐"며 "기재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이 "비상입법기구는 헌법상 긴급재정입법권 수행을 위해 기재부 내 준비조직 구성과 예산 확보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라며 "국회 대체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한 것과 같은 주장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민생문제 입법 추진 과정에서 야당 반대가 극심해 국회의 입법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맞는다고 진술했습니다.
김 전 장관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달된 쪽지에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적은 이유에 대해 민생 관련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는 점을 윤 대통령이 평상시에 아쉬워했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김형두 재판관의 관련 질의에 "윤 대통령이 평소 하던 말이 떠올랐다"며 "민생과 경제 살리기 법안 100여 건이 거대 야당에 막혀 정지된 상태인데, 이거라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기재부에 긴급재정입법권을 통해 입법권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막혀 있는 부분을 해소하자는 생각에서 넣은 내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재판관이 정치활동을 금한 포고령 1호와 연결 지어 해석하면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냐고 다시 묻자 김 전 장관은 "그렇게까지는 아니었다. 여러 가지 정치활동을 빙자해 국가체제를 문란하게 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지, 국회의 입법활동을 막는 것은 아니었다"고 부연했습니다.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