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마치고 귀가해 사망…"근로자 아냐" 면죄부 논란

<앵커>

정부가 연이은 과로사 논란을 빚은 쿠팡의 배송 자회사에 대한 근로 감독 결과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쿠팡의 배송 기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불법 파견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5월, 새벽 배송 업무를 마치고 귀가한 정슬기 씨는 자택에서 쓰러져 숨졌습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습니다.

한 주에 74시간 이상, 6일 야간근무를 하던 정 씨의 휴대전화에는, "개처럼 뛰고 있다"는 사측과의 카톡 대화가 남아있었습니다.

[정금석/쿠팡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 아버지 : 꼬박 심야노동을 계속 한거예요. 집에서도 '무릎이 닳아서 없을 정도로 좀 그런 고통이 있다'고….]

사실상 쿠팡의 지휘를 받는 근로자임에도 사업자로 위장됐다는 '불법 파견'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배송 기사들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근로감독 결과를 내놨습니다.

배송 차량을 소유하면서 아르바이트나 가족과 함께 배송하는 것도 가능하며, 자신의 재량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 불법파견도 아니라는 겁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를 다수 적발해 과태료 조치 등을 취했지만, 무리한 야간 배송에 대해서는 업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하는 데 그쳤습니다.

배송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배송 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제도에 대한 지적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정금석/쿠팡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 아버지 : 본질적인 문제를 따져야지 아주 지엽적인 문제 가지고 뭐 했다, 기업한테 대책을 세워라, 이런 게 말이 됩니까? 그걸 못해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건데….]

당장 노동계에서 비판이 나왔습니다.

[전호일/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 : 클렌징 제도, 그 다음에 야간 노동 등 쿠팡이 노동자에게 강요하는 서비스 지표에 대한 감독 내용이 지금 빠져 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미흡한 수준을 넘어 사실상 불법 경영에 면죄부를 줬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안여진, 디자인 : 최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