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업체들을 공범으로 봤던 2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5년 넘게 재판을 지켜봤던 피해자들은 대체 누구한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거냐며 반발했습니다.
전형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용자들에게 폐질환과 사망을 가져온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먼저, 옥시의 살균제 제품은 지난 2018년 유죄가 확정돼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SK케미칼이 개발해 애경이 판매한 다른 제품은 수사가 늦어지면서 지난 2019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옥시와 애경 관계자들을 공동정범으로 보고 기소했는데, 이 부분이 받아들여지면서 애경 대표와 SK케미칼 대표는 2심에서 금고 4년형이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옥시와 애경, SK케미칼 관계자들을 공범으로 본 2심 판결은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옥시와 애경이 각각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면서, 서로 의사를 주고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옥시 제품은 PHMG를 주원료로, 애경 제품은 CMIT/MIT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등 이들 제품이 별개라는 점에 주목한 겁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애경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유죄 입증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피해자 가운데는 살균제 제품 여러 개를 섞어 사용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의 사망 원인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5년 넘게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들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김선미/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저는 누구한테 가서 아이들의 아픔을 보상받아야 하고,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측은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면서 피해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신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