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려 한 구체적 정황들을 폭로했습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그 대상이 된 정치인들 명단을 공개했는데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소식은 홍영재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오늘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비상계엄 직후 벌어진 일에 대해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3일 밤 10시 53분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전화 통화 내용을 먼저 설명했습니다.
[김병기/더불어민주당 의원 : (대통령이)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것. (홍장원 1차장이) 봤습니다. (라고 대답하니)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홍 차장은 이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했는데 육군사관학교 후배인 여 전 사령관이 "선배님 이걸 도와주세요,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소재파악이 안 된다"며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다고 말했습니다.
[김병기/더불어민주당 의원 : 홍 차장이 기억하는 순서입니다.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김민석, 박찬대, 정청래, 조국….]
여야 주요 정치인에 이어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 그리고 방송인 김어준 씨도 체포 대상에 포함됐다고 홍장원 1차장은 밝혔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체포한 인물들을 방첩사령부 구금 시설해 구금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홍 차장은 이런 지시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도 고백했습니다.
[김병기/더불어민주당 의원 : 워딩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미친X로구나 생각하고 그다음부터는 메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회에 출석한 조태용 국정원장은 자신은 체포조 관련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태용 국정원장 대신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 건 그가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자신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정치인들의 위치 확인 지시를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여인형/전 방첩사령관 : '그냥 위치 확인을 좀 해봐라'. '체포해라 마라' 그런 얘기를 제가 들을 이유도 없고 그때. 그러니까 포고령 1호에 보면 정치활동 금지 어쩌고 이런 게 있으니까 이제 그런 거와 관련된 사람들이 있지 않겠냐, 그래서 그 위치 확인을 잘해라.]
충암고 출신 장성들이 계엄을 사전에 논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답했습니다.
[여인형/전 방첩사령관 : 다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죠. 지금 근데 이제 오늘 제 생각에는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 저도.]
국군방첩사령부는 하루 종일 직원들의 차량만 출입이 이뤄졌을 뿐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 정치권 움직임과 언론 보도를 주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김종미, 디자인 : 장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