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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디서 장사하나요"…'눈폭탄' 맞은 상인들 '눈물'

"이제 어디서 장사하나요"…'눈폭탄' 맞은 상인들 '눈물'
▲ 복구작업 한창인 의왕 도깨비시장

"수천만 원어치 과일과 채소를 모두 날리게 생겼네요. 앞으로 장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1일 경기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은 추운 겨울 날씨처럼 차가운 분위기였습니다.

지역별로 많게는 40㎝의 기록적 폭설이 내린 지난달 28일, 습기를 잔뜩 품은 눈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시장 청과동 건물 지붕이 무너져 내린 뒤 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일요일은 정기 휴무여서 손님들은 거의 없는 모습이었고, 붕괴 건물 앞 '안전제일'이라고 쓰인 진입통제선 주변에 삼삼오오 모인 상인들만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한 60대 상인은 "건물 안에 사고 당일 경매 받아 놓은 과일과 채소 등 7천만 원어치의 물건이 있는데, 하나도 건지지를 못했다"며 "경매 직후 붕괴 조짐이 있어 현장이 통제됐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막심했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시장 측은 사고 당일 청과동에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는 등 붕괴 전조 증상이 나타나자 오전 7시 30분 대피 방송을 실시하고, 20분 뒤 진입을 전면 통제했습니다.

이어 낮 12시 5분 우려했던 대로 지하 1층~지상 3층에 연면적 6만9천여㎡ 규모인 청과동 건물의 샌드위치 패널 천장이 내려앉으면서 붕괴가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대부분의 상인이 사고 장면을 그대로 지켜 보며 붕괴하는 건물과 함께 마음도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또 다른 60대 상인은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안에 두고 온 청과물을 빼내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어디서 영업을 하느냐는 것이다. 지하주차장과 채소동(무·배추)의 빈 공간에서 부분적으로 영업을 재개한다고는 하는데, 아직 그 어느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청과동 건물 각 입구에서는 용접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사람의 출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철제에 합판을 덧대는 식으로 입구를 틀어막는 것입니다.

70대 상인 김 모 씨는 "일부 상인이 물건에 욕심을 내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서 시장 측(안양시)이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조치한 것"이라며 "물건은 경매 당일 팔아야 하고, 5일이 지나면 사실상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전기도 다 끊겨서 창고에 넣어둔 청과물은 모두 못 쓰게 됐을 것"이라며 "그래도 살릴 수 있는 물건은 좀 살릴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상인들은 지하주차장에서라도 영업을 재개하기 위해 지게차를 이용해 경매에 들어갈 물건을 주차장으로 내리고 있었습니다.

한 40대 상인은 "눈 오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데 야외에서 영업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지하주차장에서 몇 명의 상인이 어떻게 경매하고 장사할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일단 준비는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피해는 청과동 상인들에게만 그치지 않습니다.

폭설로 무너진 건물 (사진=연합뉴스)

청과동 맞은편 수산동 2층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50대 상인은 연말 대목을 놓치게 됐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그는 "수산동의 경우 연말이 대목인데, 지금 신규 예약은커녕 있는 이전 예약도 취소가 되고 있다"며 "세상에 어느 누가 무너진 건물 앞에서 회를 먹고 싶겠느냐. 수산동도 무너지는 것 아니냐며 손님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의왕 도깨비시장도 복구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었습니다.

고소작업 차량과 폐기물 차량, 그리고 지게차 등이 쉴 새 없이 오가며 붕괴 잔해를 치우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습니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3시 폭설에 시장 아케이드 지붕 100m 구간이 붕괴했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상인들이 붕괴 조짐을 미리 알아채고, 제설에 나섰으나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시장 정문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상인회 회장이 사고 당일 새벽 2시 연락을 해 상인들이 나와 작대기에 칼을 꽂아 'U'자로 내려앉은 천장 부위를 찢으며 눈을 아래로 쏟아내는 방식으로 제설했지만, 결국 뒤편부터 도미노처럼 무너졌다"며 "인명피해 없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고 구간에는 60여 개 점포가 영업 중이지만, 이날 이후 장사를 하지 못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합니다.

상인들은 아케이드 지붕에 대한 철거는 마무리된 가운데 잔해 제거를 1일 오후까지 마무리하고, 안전진단을 거친 뒤 이르면 오늘(3일) 영업을 재개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습니다.

의왕시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복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중부일보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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