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약류에 중독된 사람들 상담해주고, 또 교육도 하는 시설이 있습니다. 올해 초 식약처와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서울 강동구에 이 시설을 만들려고 했었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취재 결과 그 과정에서 세금만 낭비된 걸로 파악됐습니다.
김지욱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동구의 한 상가 건물.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마약류 중독 재활센터'가 지난 3월 말 입주하기로 예정돼 있던 곳입니다.
2층 2개 사무실을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텅 빈 상태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
서울 시내 유흥가를 중심으로 마약 투약자가 늘어나자 식약처와 운동본부는 지난해, 서울 강동구에 재활센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2월, 재활센터 직원을 뽑겠다는 공고도 냈습니다.
하지만, 센터 설립 소식에 강동구의 학부모 단체들을 중심으로 거센 항의와 반발이 시작됐습니다.
[강동구 소재 초등학교 학부모 : 필요하다고는 생각이 들긴 해요. (하지만) 학교 주변이고 또 아이들도 많이 있고 혹시라도 (마약류에) 노출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지역 정치인들도 반대하면서 센터 개소는 점점 늦춰졌습니다.
결국, 마약퇴치운동본부는 다른 지역을 물색하려 했지만, 먼저 풀어야 할 게 있었습니다.
재활센터 사무실을 얻는 데, 보증금 6천만 원에 월세 380만 원으로 4년 임대 계약을 이미 마친 상태라 계약부터 해지해야 했던 겁니다.
하지만, 임대인은 계약 해지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강동구청이 나섰습니다.
운동본부에 돈을 대줄 테니, 주민 뜻대로 서둘러 철수해달란 제안이었습니다.
운동본부는 그렇게 문도 못 연 재활센터 사무실에 두 달 월세만 낸 뒤 최근 설립을 포기하고 떠났습니다.
강동구청은 예비비로 보증금 6천만 원을 대신 내줬고, 지금도 매달 텅 빈 사무실의 월세를 꼬박꼬박 내고 있습니다.
강동구청은 "끝내 다른 세입자마저 못 구하면, 지역 자원봉사단체를 위한 공간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약류 중독 재활센터란 특수한 시설을 설립하면서 관계기관 사이에 충분한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설립은 설립대로 무산되고, 세금만 헛되이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김윤성, VJ : 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