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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입니까?"…티메프 피해자들이 분노한 이유 [스프]

[귀에 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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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3조 원 가까운 엄청난 금액의 경제적 금전적 손해를 입혔는데도 구영배 대표를 비롯한 티몬과 위메프 대표자 3명 모두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피해자들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검찰과 피해자들의 쟁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법원의 이번 결정이 무슨 의미인지 따져봤습니다.

저희는 지난 7월 처음 티메프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이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이때만 해도 피해가 한 1조 원 정도 될 거라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지금 추정하고 있는 건 더 많습니다.
- 티메프에 입점해 있던 판매자들에게 1조 5,950억 원의 피해를 입힌 '사기 혐의'
- 큐익스프레스로 일감 몰아주기를 해 티몬·위메프에 692억 원 손해 입힌 '배임 혐의'
- 미국의 '위시'라는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에서 671억 원을 유용한 '횡령 혐의'
다 합치면 3조 원 가까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힌 사기·배임·횡령, 경제 범죄 종합 세트라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구영배 큐텐 대표와 티몬·위메프 대표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를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기각했습니다.
티메프
왜 법원은 이들의 영장을 모두 기각을 했는지,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가 티메프의 사업 방식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정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한 것인지, 취재해 봤습니다.

먼저 짚을 건, 이번에 법원이 내린 결정이 유무죄 판결이 아니라는 겁니다. 단지 영장을 기각한 겁니다. 구속영장을 발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건 아닙니다. 이들의 혐의는 여전히 유효하고 검찰에서 계속 수사를 할 거지만, 다만 불구속 상태에서 하라는 것뿐입니다.

우리가 눈여겨볼 건 이런 결론을 내면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했느냐입니다. 법원은 "법적으로 다툴 부분이 있고, 이들의 방어권을 보장해 줄 여지가 있다"라며 영장 기각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피해자에게 미친 금전적 손해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장실질심사에서의 치열한 쟁점은 '사업 활동의 실패'로 볼 것이냐, 아니면 정말 '사기를 친 것'으로 볼 것이냐였습니다.

검찰 측이 정리한 사건 일지

먼저 간단하게 검찰 측이 밝힌 사건일지를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이미 큐텐은 2022년도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들게 됩니다. 2022년 4월 달에 운영자금을 모두 소진을 한 상황이 됐다고 검찰은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큐텐이 뭘 선택했느냐? 할인율을 더 높입니다. 할인율을 더 높이니까 당연히 영업 손실이 계속 누적되는 역마진 현상이 벌어지게 되고요.

이때 큐텐이 계속해서 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거래량을 계속 늘리는 것뿐입니다. 거래량이 멈추면 죽습니다. 그래서 별 돈을 들이지 않고 인수할 수 있는 자본잠식 상태의 비슷한 업종을 계속 인수를 하는데, 2022년에 티몬 인수를 했고, 위메프와 인터파크 커머스도 인수를 합니다. 검찰은 이걸 '쥐어짜기'라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티메프
이러면서 지난해 10월 달에 이미 누적 적자가 티몬 3,300억 원, 위메프 1,700억 원 쌓였고요. 추가로 매월 티몬이 200억씩, 위메프가 50억씩 적자가 쌓여나가는 상태에 빠졌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여기서 티메프가 무리수를 두기 시작한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무리수 첫 번째, 위메프 티몬 모두 각종 상품권을 사들여 고객에게 통상보다 더 큰 폭으로 할인을 해서 팔기 시작하는데 이게 미정산이 나기 시작을 합니다.

무리수 두 번째, 지난해 말부터 상품권 업체들이 '어? 이거 이상한데? 하면서 티메프의 공급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공급을 줄이기 시작을 하니까 그 유명한 '상품권 선판매'를 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진짜 엄청 더 싸게 10%를 깎아줄 테니까 대신에 상품권은 두 달 후에 보내줄게요."라는 말도 안 되는 프로모션을 하기 시작을 해요.

무리수 세 번째, 그전에는 주 단위로 하던 상품권 정산을 월 단위로 바꿨습니다. 이 정산 주기를 늘렸을 뿐인데 여기서 매달 한 100억 원씩을 더 마련할 수 있었다고 검찰은 판단을 하고 있거든요.

보통 고객의 돈으로 돌려 막기를 한 거를 '폰지 사기'라고 하는데, 이런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둔 것들을 종합해서 봤을 때 검찰은 티메프의 영업 방식은 '폰지 사기'가 분명하다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사기라고요? 우린 사업을 한 겁니다만.."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조금 달랐습니다. 법원의 판단 배경을 보려면 구영배 대표를 비롯한 티메프 측의 변론 주장을 알아봐야 합니다.

첫 번째, 사기가 아니라 사업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상품권을 판매하고, 돌려 막기를 한 거는 기업을 영속시키고 유지하기 위한 경영의 일환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들이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작정을 하고 이런 판을 벌였다고 보기에는 증거나 근거가 부족해요. 설사 구영배 대표가 정말 대국민, 혹은 셀러들을 상대로 한탕 사기를 치기 위한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입증하기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영장실질심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들이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쿠팡도 우리랑 똑같은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 쿠팡도 600억이라는 엄청난 누적 적자가 있었지만 나스닥 상장 한 방에 이거 다 갚고 지금의 쿠팡이 되었다. 우리도 그걸 목표로 했지만 우리는 실패했다.' 이러면서 무슨 얘기가 나왔냐면 이커머스 사업은 원래 이렇다는 거였습니다. 초창기에 거래량이 많지 않을 때에는 무조건 적자가 날 수밖에 없으며, 티메프는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했을 뿐, 즉 사업의 실패일 뿐 사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재판부가 이 주장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말 이커머스의 사업 형태가 그러냐 묻기도 했다는데, 이들의 주장이 좀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실제로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첫머리에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 등에 비춰보면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수사 내용이 티메프 대표들 주장을 깨고 사기의 고의성을 입증할 만큼은 아니라고 본 겁니다.

마지막은, 사실은 믿음이 가진 않는데, 구영배 대표가 "나는 미정산 사태를 몰랐다"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영장심사에 참석하는 길에 '미정산 사태를 2년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은 구 대표는 '그렇지 않다'라고 부인하면서 '사건이 발생을 하고야 알게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구 대표는 이런 식으로 계속 몰랐다는 입장인데 문제는 티몬과 위메프의 류광진, 류화현 대표조차 이 말을 반박하고 있어 믿음이 가지는 않는 발언입니다.

어쨌든 이런 티메프측의 변론 내용이 주효했고, 법원은 '방어권을 보장해 줘야 된다'라는 결정을 내리며 영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다시 한번, 법원이 영장 기각을 한 이것만 놓고는 무죄를 주거나 면죄부를 준 게 아니기 때문에 '잘했다, 잘못했다'를 따질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영장 기각을 이끌어 낸 티메프 측의 주장을 해부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들이 한 건 정말 '사업'이었을까?

첫 번째, 이커머스란 사업의 특성상 적자는 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적자가 나는 이커머스가 대부분인 건 사실입니다. 쿠팡도 지금도 적자입니다. 티메프 측은 저기도 적자-여기도 적자 똑같은데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억울해하는 모양새인데, 그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쿠팡의 계획된 적자와 큐텐에 계획된 적자는 근본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쿠팡이나 알리 같은 경우가 적자를 내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 즉 지금 당장 적자를 보지만 이게 결실을 맺으면 시장의 파이를 장악을 해 결국 순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경영의 로드맵 하에 이뤄지는 적자입니다. 반면 티메프의 적자는 오늘 본 손실을 메꾸기 위해 내일 더 할인을 해줌으로써 본 적자입니다. 하루하루 생존에 급급한 적자이다 보니 아예 다른 성격입니다.

두 번째, 구영배 대표와 티메프의 '쿠팡도 똑같다'라는 주장입니다. 얼핏 보면 그렇지만 티메프와 쿠팡은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어요. '고객의 돈에 손을 댔느냐?'는 부분입니다. 쿠팡을 옹호하려는 게 아닙니다. 쿠팡이 자기네들이 적자를 봐가면서 창고를 늘리고, 사람들을 고용하고,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들인 돈은 상인들에게 지급할 물건 대금을 돌려서 한 게 아닙니다. 투자를 받은 돈으로 따로 한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쿠팡은 '대규모 유통법'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대규모 유통법에는 '에스크로'라고 해서 고객의 돈을 지켜주는 보안 시스템을 법적으로 강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겨가면서까지 쿠팡이 고객 돈에 손을 댔을까? 전문가들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반면 티메프는 대규모 유통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구영배 대표가 직접 국회에 나와서 말했죠. 미국의 '위시'라는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는 데 정산 대금을 갖다 썼다고요.
티메프
# 국회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질의 (7월 30일) 당시 속기록 발췌

민병덕 |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산해 줘야 될 대금 중에서 일부를 가지고 인수 대금으로 사용했고 그 돈은 나머지로 충당했다, 이 말이죠?

구영배 | 큐텐 대표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티메프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고객의 돈을 건드리는 순간 '폰지 사기'로 가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고객의 돈을 건드리면서 부실을 돌려 막을 수 있다고 판단을 한 건 이미 사기의 기반이 된다는 겁니다. "적자지만 사업은 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생각과, 고객의 돈을 건드리면서 "야 이거 못 막으면 큰일 나는데.. 하지만 난 막을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건 사기냐 아니냐를 가르는 큰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사업을 하다 손실을 봐도 된다는 말이 고객의 돈을 다른 데다 써도 된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홍 교수는 "구영배 대표가 자꾸 이 둘을 섞어서 말을 하는데, 손실을 본 걸 가지고 뭐라 그러는 게 아니라 고객의 돈을 횡령한 걸 가지고 뭐라 그러는 것"이라고 일침 합니다.
티메프
마지막 쟁점, 이 많은 문제 중에 검찰도 전문가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고 있는 게, 돌려 막기를 위한 수단으로 '상품권'을 택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티메프 책임자들이 '위시 인수 자금 50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대출을 받아와라. 대출이 안 된다면 상품권의 발행량을 늘려라'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2022년부터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던 기업이 대출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입니다. 결국 담당자들은 상품권을 남발했고, 불과 5일 만에 상품권 판매 대금으로만 400억 원을, 물건 판매 대금으로 100억 원을 마련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티메프
이것만 보더라도 상품권은 1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4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회전이 빠른 상품인 것입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이 터졌다고 눈치챘을 때에는 이미 다 팔려나간 뒤라는 것이지요. 현금이나 마찬가지인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티몬은 심지어 해피머니 같은 다른 곳에서 발행한 상품권을 팔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직접 '티몬 캐시'를 찍어내서 팔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한국은행이 현금 찍어내듯 화폐를 찍어낸 것이지요. 이 행태만 보더라도 구영배 대표는 이미 사태가 잘못될 걸 짐작하고 있었고, 그런데도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갔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입니다.

실제로 위메프의 류화현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이렇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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