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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인데 안 한다고? '뒷담화'하지 않는 사람들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Gossiping Is Fun. It's Natural. And These People Won't Do It. by Michal Leibowitz

0906 뉴욕타임스 번역
 

* 미칼 리보위츠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에디터다.
 

설문조사 전문업체  유거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은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을 퍼뜨린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그런 적이 없다고 답한 나머지 절반을 유거브가 거짓말쟁이라고 결론지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흔히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잡담' 정도로 정의되는 '가십'은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존재하기 마련이다. 동시에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로 여겨지기도 한다. 성경도 "네 백성 중 돌아다니며 사람을 비방하지 말라(레위기 19:16)"고 했고, 공자도 '논어'에 "험담에 열중하는 이는 덕을 버린 자"라고 썼다. 쿠란 역시 뒷담화를 금하고 있다. 2017년, 필리핀의 한 지방 정부는 가십을 금지하고, 남을 험담하다 적발되면 벌금과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에 처하도록 하는  조례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세속주의가 점차 강해지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국민의 2/3 이상이 뒷담화는 대부분, 또는 모두 사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뒤에서 남 이야기를 조금도 하지 않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 이탈리아 출신의 유대인 작가이자 화학자인 프리모 레비는 "소문을 퍼뜨리고자 하는 인간 본성에 굴복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욕구를 충족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폭발적인 안도감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라고 썼다. 물론 뒷담화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도 하소연은 하지 않는가? 털어놓을 곳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남에 대한 험담을 배우자에게만, 또는 엄마에게만 하는 사람도 있다. (혹은 엄마에 대한 험담만 하는 사람도...) 기회가 될 때마다 기꺼이 남의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들은 "내가 다른 사람 얘기 안 좋게 하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근데 있잖아..."라는  서론을 꼭 붙이기도 한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은 타인에 관한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든 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세상에는 본성에 굴복하지 않고, 원초적 본능의 충족에서 오는 만족감을 거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도 있다. '가십'이라는 단어가 죄악까지는 아니고, 그저 은밀한 오락거리로 여겨지는 세상인데도 말이다.

나는 내가 '절제인(abstainer)'이라고 이름 붙인 십수 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고, 지인을 통해, 혹은 그들이 가십을 주제로 쓴 글을 통해, 페이스북 베이 지역 여성 모임을 통해 발굴했다. 이들이 남에 대해 험담하지 않는 동기는 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종교나 업보를 이유로 든다. "하는 말이 흠잡을 데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돈 미겔 루이스의 자기계발서 '네 가지 약속'을 읽고 영감을 얻은 이도 많다. 한 젊은 여성은 스스로 적대적인 직장 내 루머의 주인공이 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말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눈 이 가운데 자신을 좋은 말만 하는 완벽한 사람이라고 주장한 이는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뒷담화하지 않기'에 몹시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다. 내가 '절제인'을 찾아 나선 이유는 인간이 가진 사회성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 선택이 이들의 삶과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렇게 살아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숨겨진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 궁금했다.

내가 뒷담화가 나쁜 짓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건 비영리단체 'Kars4Kids'의 CM송을 만든  요시 토이브의 노래를 통해서였다. 종교적이고, 다소 귀에 거슬리는 이 동요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기도방에서나
나쁜 말을 하지 않도록 입을 조심하세요!

이 노래의 가르침은 내가 다닌 유대계 학교에서, 집에서, 심지어 친구들을 통해 어린 시절 내내 반복적으로 주입됐다.

세속적인 사회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어른이 된 지금은 모두가 종교적인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만큼 가십에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같은 종교 공동체 사람들도 조금 더 수치심을 느낄 뿐 대부분 남의 험담을 한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지난 몇 해에 걸쳐 나는 가십에 대한 집착적인 죄책감을 거의 다 떨쳐버렸다. 그게 미덕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즐거웠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에서 가십을 통해 동료들과 유대감을 다질 수 있고, 심지어는 앞서가기 위해서는 가십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작년에 나는 내가 의식도 하지 못한 채 대화의 상당 부분을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 사소하게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정도이긴 했다. 형제자매의 섭섭한 행동, 친구나 동료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 무능한 상담사에 대한 불만 따위였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불만이 쌓여 대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내 주변 사람들, 이를테면 남편이 험담 대상에 대해 갖는 시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이 나를 부정적인 사람, 매사 비판적이고 덜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 삶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가십을 딱 끊어낼 의지가 생기지는 않는 이런 상황에서 나는 '절제인'들을 찾아 나섰다.

어떤 면에서 재키 팰라스는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 전형적인 사람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영양사 재키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에 자신을 "범생이"로 소개하는 여성이다. 그는 20대 초반에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톨릭 교리는 남을 헐뜯거나(calumny), 진실이지만 부정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것(detraction)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올해 41살인 재키는 가톨릭교의 도덕적 지침을 따르는 것이 대체로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말'에 대한 부분, 특히 소문을 퍼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부분은 지키기 어려웠기 때문에 특히나 신경이 쓰였다고 한다. 신경을 쓰면서도 실천하기는 어려웠기에, 다른 사람들이 험담을 시작하면 끼어들게 될 때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재키가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몇 년 후, 종교와는 무관한 12단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기와 "우리 집 앞길 깨끗하게 유지하기"를 강조했는데, 재키가 가십, 그리고 자신이 그러한 행위를 통해 얻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내 인생을 돌아보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던 것 같아요." 재키는 가십이 하나의 탈출구였다고 설명했다. "타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내가 저 사람들보다는 낫다 싶었죠. 그러니까 나에 대해 굉장히 너그럽게 생각하게 됐고요."

가십을 일종의 회피라고 여기는 이는 재키 외에도 더 있다. 소설가 E.M. 포스터도 소설 '인도로 가는 길'에서 가십을 "진짜 삶을 밀어내는 반쯤 살아있는 행위"로 묘사했다. 더 최근의 예를 들자면, 나의 동료인 칼럼니스트  제이넵 투펙치가 캐서린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현대판 "빵과 서커스"라고 묘사한 바 있다. '절제인'들 가운데서는 가십을 중요한 것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행위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즉, 가십을 자제하는 이유가 꼭 필요한 것을 직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의료계 종사자인 스테보나 고든은 타인과 맞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그의 성향은 때로 부정적인 상황으로 이어졌다. "저는 어릴 때부터 투사였어요. 오로지 제 입 때문에요." 어른이 된 그는 여전히 직접적이지만, 좀 더 효과적인 소통 방법을 터득했다. 스테보나는 다른 사람에게 소문을 전하는 것도, 타인에 대한 험담을 듣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일터에서는 특히 그렇다.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시작하면 저는 선을 그어요." 동료가 누군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하면 "그건 내가 알 필요 없는 문제야, 그 사람한테 직접 가서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게 어때?"라고 말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대응 방식은 분명 아니죠." 스테보나는 말한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썼다. "내가 주의를 쏟는 것이 나의 경험이 된다. 내가 알아차리는 것들만이 나의 정신을 구성한다."

나는 '절제인'들의 이야기처럼 가십을 중단하면 덜 부정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스탠퍼드대학 심리학과 교수이자 감정을 연구하는 스탠퍼드 정신생리학 연구소 소장인 제임스 그로스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로스 소장은 "타인에게 상냥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쪽이든 아주 못되게 굴던 사람이 어떤 쪽으로건 체계적인 행동 패턴을 갖게 되면 그것은 분명히 우리 뇌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강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그로스 소장은 가십에 대한 유혹을 포함하여 모든 유혹을 다스리는 전략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첫째는 가십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나 사람을 피하는 상황 통제, 둘째는 내가 가십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인지 통제, 셋째는 의지력이다. 그는 의지를 발휘해 무작정 참는 전략은 "시간이 지나도 역량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다른 두 가지 전략은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우선 첫 번째 전략인 상황 통제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남 이야기를 그만둬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때면 그런 결정이 친구 관계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되곤 했다. 여러 심리학자의 주장처럼, 그리고 학교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알 수 있듯이, 가십은 사람 사이에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다. 이야기가 막 재미있어지려는 때마다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사람과 누가 친구가 되려 하겠는가? 그때 그 결혼식에서 제시카가 했던 미친 짓에 대해서 토로 좀 하겠다는데 들어주지도 않는 사람과 어떻게 친구가 되겠냐는 말이다.

'절제인'들과의 대화로도 이런 두려움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한 여성은 자신이 가십에 마음껏 참여했다면 친구가 더 많거나, 최소한 몇몇 사람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자기 커리어에도 영향이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내 정치에 많은 게 걸려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절제인'들은 남 이야기를 하지 않는 데서 오는 장점이 그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러고도 유지되는 관계는 가십이 빠져 있다는 바로 그 이유로 더 깊고 강력하고 신뢰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말을 이해하는 데는 그로스 소장의 이론이 도움이 됐다.

나는 그때까지 우정이라는 것이 내가 가질 수 있는 것, 즉 잃을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정은 상호 선별 과정이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두 사람이 친구인 이유는 서로 상대가 나와 잘 맞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남 이야기를 완전히 그만둔다면, 즉 타인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오를 때마다 주제를 바꾸거나 아예 자리를 뜬다면, 나의 인간관계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채우던 시간을 책이나, 뉴스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향으로 조정될 것이다. 물론 절대 가십을 포기할 수 없는 일부(분명히 존재한다)는 더 이상 나와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스 소장의 이론에 따르면 상대와 어울리고 싶지 않은 쪽은 바로 나다. 끊임없는 유혹을 느끼게 하는 사람은 내가 먼저 피하게 될 것이다.

그로스 소장이 언급한 두 번째 전략은 우리가 주의력을 활용하는 방식, 그리고 생각하는 방식과 연관이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고, 나중에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남 이야기를 멈추고 싶은 사람은 내가 그런 이야기를 입에 담았을 때 얼마나 안 좋은 사람으로 보일지에 초점을 둠으로써 욕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내가 이야기를 나눈 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가십을 하지 않았더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타인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는 시도도 해볼 수 있겠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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