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생계 위해서" 폭염에도 놓지 못하는 폐지

"생계 위해서" 폭염에도 놓지 못하는 폐지
"폐지라도 주워야 계란이라도 사서 먹을 수 있지 않겄소."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달 30일 광주 북구 양산동 한 고물상에서 만난 김 모(74) 씨는 경량 수레에 가득 쌓인 폐지를 무게 측정 기구인 계근대에 내려놨습니다.

50kg에 달한 폐지를 정리하니 김 씨의 손에는 6천 원 남짓한 돈이 쥐어졌습니다.

1kg에 120원, 꼭두새벽부터 일한 대가치곤 너무 적은 수준이지만 김 씨에게는 오랜만에 계란 한 판을 사 들고 갈 수 있는 돈입니다.

한 차례 폐지를 내린 김 씨는 연신 땀을 닦아내면서도 땡볕이 내리쬐는 길거리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매번 같은 시각 식육식당에서 무더기로 내놓는 종이 상자를 줍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에도 더위 때문에 길 한복판에서 정신을 잃을뻔한 적도 있었지만, 그는 지금까지 수레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폐지라도 줍지 않으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데다 최근 물이 새는 집 천장 수리비까지 마련해야 해 더욱 쉴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주변에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하루라도 쉬면 그만큼 줍지도 팔지도 못한다는 불안감에 꼭두새벽에도 눈이 저절로 떠진다"고 말했습니다.

이 무더운 날씨에 혹여나 쓰러질까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고물상 사장도, 고물상 현장 점검을 나온 광주 북구 직원들도 김 씨를 말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폐지 수집 대신 다른 일자리를 주겠다는 광주시의 폭염 대책도 김 씨에겐 와닿지 않았습니다.

폐지 수집은 노인 일자리나 기초연금 등 기존 복지 혜택을 받으면서도 가능한 추가 수입이지만, 대체 일자리 사업은 다른 복지혜택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광주의 김 씨 같은 폐지 수집 노인 607명 가운데 고작 79명만 여름철 폐지 수집 활동을 멈추는 데 그쳤습니다.

광주시 관계자는 1일 "폐지 수집 노인들을 대상으로 폭염 안내 문자도 수시로 보내면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