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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빌라 소유자도 무주택"…청약시장 지각변동 예고

"중형 빌라 소유자도 무주택"…청약시장 지각변동 예고
대형 건설사인 A사는 지난해부터 2년 가까이 미뤄온 경기 지역의 아파트 분양을 연내 분양하기로 하고 일정을 서두르기로 했습니다.

미분양 우려로 분양 일정을 못 잡던 사업장인데, 최근 서울에서 시작된 청약 열기가 수도권으로 확산하며 분양을 해도 좋겠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A건설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인하도 예고돼 있고, 정부가 중소형 비(非)아파트 1주택 소유자도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청약열기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양을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어 가을에 청약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름휴가철이 끝나가면서 건설업계가 하반기 분양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통상 가을 분양시장은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연중 최대 성수기입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경쟁률이 치솟으면서 건설사들이 그간 분양 시기를 잡지 못하고 고민하던 사업장들의 분양 일정을 확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8·8대책 등을 통해 공급 확대 의지를 확고히 하고 지원에 나선 것도 업체들이 미뤘던 분양을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 특히 수도권의 분양 대기 물량이 많습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총 11만 5천490가구로, 이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5만 6천384가구(48.8%)가 수도권에서 분양됐습니다.

이에 비해 올해 하반기는 이미 7월과 8월에 분양한 4만여 가구를 포함해 상반기보다 많은 14만 8천310가구가 분양 예정이며, 이 중 60.2%인 8만 9천310가구가 수도권에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부동산업계는 오는 11월 이후 청약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부가 앞서 8·8대책에서 발표한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대책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 빌라 등 주거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오는 11월부터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빌라 등 비아파트의 범위를 종전 전용면적 60㎡ 이하, 공시가격 수도권 1억 6천만 원(지방은 1억 원)에서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5억 원(지방 3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수도권에서 시세 7억∼8억 원대(공시가격 5억 원 이하) 중형 빌라나 단독주택 1채만 소유하고 있을 경우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1순위 청약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때 비아파트는 빌라로 통칭하는 다세대·연립주택과 단독·다가구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입니다.

입주자 모집공고일 시점의 공시가격으로 무주택 여부를 가리기 때문에 입주 시점에 공시가격이 올라도 당첨에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앞으로 웬만한 빌라 1채 소유자는 대부분 '무주택'으로 간주되면서 청약경쟁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 수는 전국적으로 약 1천796만 명이며, 이중 서울 1순위 가입자 수만 434만여 명에 이릅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과 경기도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경쟁률이 평균 100대 1이 넘는 가운데 빌라 등 비아파트 소유자까지 1순위로 가세할 경우 청약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며 "인기지역에 당첨될 수 있는 청약가점도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재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웬만한 관심 지역은 당첨자 청약가점 평균이 60∼70점대에 달하는데, 앞으로는 만점(84점)에 가까워야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나 부양가족 수 등에서 불리한 일부 젊은 층은 당첨권에서 멀어지면서 '청포자'(청약포기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 공공택지는 가뜩이나 청약 당첨이 하늘의 별따기인데 11월 이후에는 청약 경쟁이 더 심해져 가점이 낮은 경우 앞으로 인기 단지 당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빌라 시장에는 투자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대상 주택에 투자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정부는 이번 8·8대책에서 단기 등록임대 제도를 도입해 비아파트 1채만으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6년간 임대할 경우 다른 주택이 1채 있더라도 1가구 1주택 비과세 특례를 주기로 했습니다.

즉 빌라 1채 소유자가 청약에서 당첨된 뒤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아 1주택자가 되더라도 빌라를 임대 등록하면 분양받은 아파트에 대해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최근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해 있던 다세대, 연립 등 빌라 거래도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해 아파트에 몰린 수요를 분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빌라 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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