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바다에서 불나면 어쩌나"…전기차 선적 꺼리는 해운업계

"바다에서 불나면 어쩌나"…전기차 선적 꺼리는 해운업계
▲ 지난 14일 부산 연제구 부산소방재난본부에서 전기차 화재 진화 시연을 하는 소방대원들

최근 인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촉발된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가운데 해운업계에서도 전기차 선적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바다를 운항하던 중 배에 실린 전기차에서 자칫 화재라도 발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19일 선사와 선주 대부분은 지난 8일 내려진 해수부 권고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을 50%로 제한해 전기차 선적을 일부 제한하거나 아예 금지하고 있습니다.

통영항에서 연화도·우도·욕지도를 오가는 차도선을 운항하는 한 선사는 권고 기준에 따라 배터리 충전율을 50%로 제한해 전기차를 선적하는데, 화재로 인한 불안에 주말인 지난 17일과 18일에는 급기야 전기차 선적을 금지했습니다.

선사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화재로 불안감이 큰 상황이기에 지난 주말에는 아예 선적을 금지했고, 지금은 권고 기준을 따르고 있다"며 "예약해 놓고 충전율 등 권고 기준을 고객이 당일에 지키지 않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전기차 선적 관련 온라인 예약은 아예 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영 가오치항과 사량도를 연결하는 차도선 2척을 운영 중인 통영의 한 선사는 전기차 선적 제한을 별도로 두지 않는 대신 전기차를 배 끝자리에 싣도록 했습니다.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여객 선사도 전기차에 대한 규제에 나섰습니다.

울릉크루즈는 앞서 7월 22일부터 울릉 사동항과 포항 영일만항 사이를 오가는 울릉크루즈 여객선에 충전율 40% 이하의 전기차만 싣고 있습니다.

욕지도에 도착한 차도선

회사 측은 전기차 화재가 빈번해 안전한 선박 운항을 위해 이같이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남 여수항을 운항하는 선사들은 소유자인 운전자가 선박에 동승할 경우에만 전기차를 선적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배터리 충전율은 50% 미만으로 규제했습니다.

현재 매표 과정에서 전기차 소유주에게 이를 고지하고 있습니다.

여수해양수산청 관계자는 "비상시 대응할 수 있는 소유주가 동승하는 경우에는 선적할 수 있지만 충전율은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운업계에서는 전기차에서 갑작스럽게 불이 났을 경우 이를 진화할 수 있는 적절한 진압 장비를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관련 대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합니다.

부산지역 선사로 구성된 부산항국제여객선협회는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안전 문제로 전기차를 싣지 않고 있습니다.

당초 정부 당국에서는 불이 났을 경우에 대비해 전기차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장비와 진화용 수족관 등을 선박 내 비치하기를 권고했습니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그러나 선박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이 권고를 지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부산지역 한 선사는 "전기차가 불이 났을 경우 배가 침몰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진화가 어렵다고 본다"며 "수차례에 걸쳐 대안을 찾는 회의를 했는데, 사람 생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0.1%의 위험이라도 있을 경우 전기차를 실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기차의 충전량을 줄여 선적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타고 오는 전기차의 관리 이력을 알 수 없어 선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울릉 사동항과 울진 후포항 사이를 오가는 울릉썬플라워크루즈호의 전기차 선적을 중단하는 에이치해운 역시 비슷한 입장입니다.

에이치해운은 전기차 불이 났을 경우에 대비한 완벽한 진압 장비를 갖출 때까지 전기차를 싣지 않기로 했습니다.

회사 측은 "전기차 화재 매뉴얼과 소화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완벽한 진압 장비가 존재하지 않아 승객의 안전과 원활한 운항을 위해 전기차 선적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해운업계에서는 전기차를 실을 경우 선사에서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바다는 육상과 달리 한번 불이 났을 경우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전기차에 대한 완벽한 검증과 화재 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