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가족 상봉 후 연락 끊긴 스위스 입양한인 "친형 찾고파"

"한국에서 친가족과 상봉한 후 20년 동안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언어 장벽이 존재했고, 각자 가족을 꾸리고 바쁘게 살면서 연락이 끊겼어요. 친형을 찾고 싶습니다."

스위스 입양 한인 바실리오 잔다(한국명 정현욱·57) 씨는 오늘(14일)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팀에 보낸 뿌리 찾기 사연에서 "우리 세 남매는 늘 형을 생각해 왔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입양 기록에 따르면 정 씨는 1967년 5월 27일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6년 뒤인 1973년 11월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스위스의 한 가정에 입양됐습니다.

정 씨의 친모는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혼자 네 남매를 키우기 어려워 첫째만 남겨두고 세 남매를 입양 보냈습니다.


정 씨 이외에 그의 쌍둥이 형제 원욱 씨는 스위스의 다른 가정으로, 여동생 혜경 씨는 미국 가정으로 각각 입양됐습니다.

정 씨는 1989년에서야 160km 떨어진 곳에 원욱 씨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스위스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이듬해 친삼촌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갔습니다.

이들은 친삼촌을 통해 혜경 씨와도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이후 세 남매는 함께 한국으로 건너가 친모와 친형 성욱 씨, 사촌, 조모 등 친가족과 상봉했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이 소홀한 사이 친모는 세상을 떠났고, 다른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겼습니다.

정 씨는 2년 전 아내 및 자녀와 함께 한국을 다시 찾았지만, 이번에는 친가족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정 씨는 "입양법상 당사자는 친부모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친형을 찾을 방법이 없다"며 "친형을 만나 친모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고 어디에 묘소를 마련했는지 묻고 싶고, 친부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