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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국' 한국 태권도, '도전자의 자세'로 딴 금메달 2개

'종주국' 한국 태권도, '도전자의 자세'로 딴 금메달 2개
▲ 박태준, 서건우, 김유진, 이다빈 (왼쪽부터)

한국 태권도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8년 만에 금메달 2개를 수확한 건 '종주국 의식'을 내려놓은 덕입니다.

종주국의 입장이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 세계 무대에 '도전자의 자세'로 임한 게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진행된 파리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박태준(경희대·남자 58㎏급)과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여자 57㎏급)이 금메달을 땄습니다.

여자 태권도 간판 이다빈(서울특별시청)은 67㎏ 초과급에서 동메달을 수확했습니다.

남자 80㎏급에 우리나라 선수로는 처음으로 출전한 서건우(한국체대)는 아쉽게 빈손에 그쳤지만 3위 결정전에서 끝까지 경쟁했습니다.

메달을 수확한 23개 국가 중 유일하게 금메달 2개를 따낸 팀으로, 종합 순위 1위입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보다 훨씬 좋은 성과입니다.

도쿄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6명이 출전했습니다.

금메달을 2개 수확한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8년 만입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금메달 2개(김소희·오혜리)와 동메달 3개(차동민·이대훈·김태훈)를 따고 출전 선수 모두 시상대에 올랐습니다.

박태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태권도계의 불안감이 컸습니다.

도쿄 대회 '노골드' 충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이어졌습니다.

출전 선수가 국가별 출전 선수 수 제한이 사라진 뒤 역대 최소 인원인 점이 걱정을 키웠습니다.

올림픽 태권도 종목은 메달이 특정 국가로 쏠리는 걸 막고자 2012 런던 대회까지 국가당 남녀 2체급씩 최대 4명이 출전하도록 제한됐습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체급당 한 명씩 최대 8명이 출전할 수 있었고, 한국은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5명, 2020 도쿄 대회에 6명이 출전했습니다.

파리 올림픽에는 그보다 적은 4명이 나섰습니다.

적은 출전 인원은 국제 대회 실적 등을 통해 랭킹 포인트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올림픽 출전권 경쟁에서 한국 선수들이 밀렸다는 뜻입니다.

8개 체급 중 5위 안에 한국 선수가 포함된 체급이 3개뿐이었습니다.

김유진

김유진(24위)이 대륙별 선발전을 뚫지 못했다면 올림픽에 딱 3명만 출전할 뻔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태권도의 세계화에 속도가 붙은 추세에서 올림픽 초창기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회의론'으로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일리가 있는 지적이었습니다.

2012 런던 대회 때 8개 체급에서 8개 나라가 금메달을 나눠 가졌습니다.

직전인 도쿄 올림픽 때도 7개 나라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나왔습니다.

올림픽 태권도에 특정 국가가 메달을 독식하는 시대가 끝난 셈입니다.

이번 파리 대회 때도 7개 나라가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2개를 수확한 팀이 한국입니다.

선수들이 '노골드'의 아픔을 씻어야 한다는 압박 속 절치부심해 올림픽을 준비한 덕입니다.

부상을 조심해야 하는 이다빈을 뺀 3명 모두가 훈련량과 강도에서는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할 거라고 자신할 정도였습니다.

대한태권도협회도 효율적 훈련을 위해 '맞춤 코치제'를 도입했다.

대표팀을 총지휘하는 이창건 감독이 이다빈, 정을진 코치가 박태준, 오혜리 코치가 서건우, 손효봉 코치가 김유진을 전담했습니다.

각자 소속팀에서부터 선수들을 관리해왔던 지도자들이 대표팀이라는 큰 틀 아래 협동 체제를 이뤘습니다.

이다빈을 빼면 다 20대 초반에 첫 출전이라 분업 체제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나선 선수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이다빈

올림픽에서 만날 선수들을 파악하기 위해 각국으로 지도자를 보내는 등 전력 분석에도 공을 쏟았습니다.

한국 태권도가 올림픽을 '도전의 무대'로 확실하게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은 "'종주국론'을 주장하기에는 세계적인 태권도의 수준이 너무 높아졌다. 이제는 올림픽 태권도가 경기장에 매일 8천명이 4일간 들어와서 보는 시대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외국 선수들에게 언제든 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다빈을 이긴 우즈베키스탄 선수(오시포바)만 해도 몇개월 사이 실력이 매우 좋아졌다"며 "어느 정도 아는 선수였는데 급성장했다. 이런 선수가 눈 깜빡할 사이에 등장하는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양 회장은 "종주국이라고 자만해서도 안 되고, 압박을 느껴서도 안 된다. 부단히 노력하고 선수들을 경쟁시켜서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자세로 해야 한다"며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쫓기는 기분으로, 또 도전하는 기분으로 새 선수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내부 평가처럼 종합 1위의 성과에 마냥 자만할 수는 없습니다.

파리 올림픽에는 도쿄 대회 당시 종합 1위(금 2 은 1 동 1)를 차지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여파로 참여하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게오르기 구르치예프가 개인중립 자격으로 참여했을 뿐 나머지 도쿄 대회 메달리스트들은 나서지 않았습니다.

30년 전 파리에서 열린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통해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는 첫 대회인 2000 시드니 대회부터 7회 연속으로 올림픽을 거쳤습니다.

'올림픽 스포츠'로서 위상이 뚜렷해진 태권도는 4년 후 2028 로스앤젤레스(LA) 대회를 통해 8번째 올림픽을 치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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