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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겋게 달아오른 바닷물…헐떡이는 물고기에 양식어민들 '한숨'

벌겋게 달아오른 한반도 해역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연합뉴스)
▲ 벌겋게 달아오른 한반도 해역

"물고기들이 입을 뻐끔뻐끔 내밀고 헐떡이고 있잖아요. 바닷물이 너무 뜨거워져서 숨을 못 쉬는 겁니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 죽도에서 40년째 양식을 하는 어민 이 모(67)씨는 5일 "최근 몇 년과 비교해봐도 올해 수온 상태가 유독 심각하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 씨는 특히 고수온 현상에 취약한 조피볼락(우럭) 10만 마리를 양식하고 있는데, 요즘은 밤낮없이 물고기 상태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부패해서 물 위로 떠 오르는 개체 수가 늘어나더니, 어느덧 죽은 고기들을 건져 올리는 게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육지에 둘러싸인 충남 천수만은 특히 고수온 현상이 심한데, 섬에 위치한 이 씨의 양식장은 액화 산소 공급장치마저 가동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씨는 "양식장 밑을 확인해보지 못해 정확히 몇 마리가 죽었는지는 가늠이 안 된다"며 "아직 8월 초인데 벌써 수온이 이렇게 올라가면 큰일 난다. 올해 모조리 폐사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크다"며 불안해했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바닷물 수온도 급격히 오르며 서해안 양식 어장에는 저마다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천수만은 지난 2일 오후 2시부터 고수온 경보가, 충남 서해안 연안 지역 전체에도 고수온 주의보가 발효 중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수온이 25도이면 고수온 예비특보, 28도에 도달하면 주의보, 28도가 3일 이상 지속되면 경보가 내려집니다.

지난 2일 기준 천수만이 29.0도, 태안 안면도 27.7도, 서천 마량이 27.1도를 기록한 뒤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민들은 피해를 최소화해보려 어장에 차광막을 치고 산소발생기, 저층 해수 공급장치 등 대응 장비를 가동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서산시 부석면에서 양식업을 하는 박 모(38)씨의 어장에는 이날 오전 국립수산과학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방문해 조피볼락 폐사 원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박 씨는 "사인은 고수온 현상"이라며 "작년 이맘때쯤보다 바닷물이 훨씬 더 뜨거운데 통상 8월 말까지는 계속 수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씨 어장에서 폐사한 조피볼락

그러면서 "천수만은 과거 간척사업 때문에 지금도 저염분수가 유입되는데 고수온에 적조까지 덮치며 어장환경이 해마다 나빠지고 있어 큰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충남도는 올해 고수온 주의보가 지난해보다 더 일찍 발령됨에 따라 현장대응반을 꾸리고 양식 어업인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앞서 도는 11억여 원을 들여 천수만 지역 시군에 고수온 대응 장비와 재해보험을 지원하고 양식장 현장 지도·점검을 통해 고수온 대응 조치 등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양식어류 집단폐사 등 도내 고수온 현상 관련 피해는 2∼3년 간격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2016년 50억 원, 2018년 29억 원, 2021년에는 9억 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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