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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메달 수 말고 올림픽 순위를 좀 더 '공정'하게 매겨 보는 방법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Which Country Will Win the Paris Olympics? Don't Just Count Medals. by Peter Coy

0726 뉴욕타임스 번역
 
* 피터 코이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공식적으로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국가는 없다. 그러나 언론은 이 원칙에 아랑곳하지 않고 금, 은, 동메달을 국가별로 집계해 순위를 매길 것이다. 시청자가 관심을 보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흔히 쓰이는 메달 집계 방식에는 명백한 결함이 있다. 메달 개수를 단순히 더하는 방식은 인구가 많은 나라에 유리하다. 그렇다고 국민 1인당 메달 개수를 집계해 순위를 내면 반대로 인구가 적은 나라가 유리해진다. 뛰어난 운동선수가 있거나 어쩌다 운 좋게 메달을 딴 경우가 과도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거둔 성적을 국가별로 집계하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 1984년과 1988년 올림픽에 미국 대표 마라톤 선수로 참가한 올림피안 피트 핏징어와 나는 대학교 동창인데, 피트가 더 좋은 메달 집계 방법을 고안한 연구자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서 그 방식에 관해 나도 알게 됐다.

그 방식을 소개하기 전에 우선 메달을 인구로 나눠서 집계하는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단순히 메달을 더하는 것보다는 1인당 메달을 계산하는 것이 더 공정한 방식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방식은 아주 작은 나라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믿을 만하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1인당 메달 개수로 국가별 순위를 매기면 1위는 산마리노다. 전체 인구가 3만 4천 명에 불과한 산마리노는 트랩 사격에서 2개, 레슬링에서 1개의 메달을 따냈다. 이어 버뮤다와 그레나다가 각각 한 개의 메달을 땄지만, 인구가 적어 2위, 3위를 차지했다.

통계학을 공부한 분이라면 알겠지만, 표본이 작으면 분산은 커진다. 이 기본적인 사실을 모르거나 무시하면, 상당히 왜곡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신장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카운티는 대부분 시골 지역에 몰려 있다. 그럼, 시골 지역 의료시설에 신장암 예방에 필요한 자원을 몰아 지원하는 게 당연한 해결책처럼 보인다. 그런데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신장암 발병률이 가장 낮은 카운티도 대부분 시골 지역 카운티라는 점이다.

비슷한 사례를 교육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표를 봤더니,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높은 학교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학교였다. 그러자 소규모 학교를 지원하는 정책이 속속 도입됐고, 심지어 큰 학교를 여러 개로 쪼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통계학자들은 성적표 전체를 다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시험 성적이 가장 안 좋은 학교들도 대부분 규모가 작은 학교였다.

표본이 작으면, 무엇을 측정하든 그 값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발견되는 현상이다. 이에 관해 더 알고 싶은 분들께는 ETS(토플 등 표준화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의 수석연구자로 일했던 호워드 와이너가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에 기고한 글을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앞서 소개한 더 좋은 집계 방식은 좀 더 균형 잡힌 방식으로, 큰 나라나 작은 나라를 지나치게 우대하지 않는다. 이 방법을 고안한 건 로버트 던컨과 앤드루 퍼레스라는 사람 두 명인데, 던컨은 텍사스대학교에서 은퇴한 천체물리학자고, 퍼레스는 보스턴에 있는 컨설팅 회사 찰스리버 어소시에이트의 부사장이다. 내가 두 명과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하고 나서 이들이 공정한 메달 집계 방식에 관해 쓴 "인구를 조정한 올림픽 국가 순위(Population-Adjusted National Rankings in the Olympics)"라는 제목의 논문이  스포츠 분석이라는 학술지에 게재됐다.

던컨과 퍼레스의 모델은 모든 국가의 국민 한 명당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확률이 똑같다고 가정할 때 국가별 메달 획득 가능성을 산출하고, 이를 반영해 메달 순위를 집계한다. 국가별 메달 획득 가능성은 동전을 10번 던졌을 때 계속 앞면이 나올 확률을 구할 때 쓰는  이항분포 공식을 통해 산출한다.

이 방법을 지난 도쿄 올림픽에 적용해 보면, 메달 집계 상위 10개국은 호주, 영국, 네덜란드, 뉴질랜드, 헝가리, 미국, 이탈리아, 일본, 쿠바, 자메이카 순이었다. (메달 개수를 그대로 더한  순위와 차이가 있다.) 같은 방식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적용하면, 영국, 미국, 뉴질랜드, 호주, 프랑스, 덴마크, 아제르바이잔, 자메이카, 독일, 네덜란드 순이다.

저자들은 올림픽 마라토너인 피트 핏징어에게 감사의 말을 남겼다. 핏징어가 전통적인 메달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재촉한 덕분에 새 방식을 고안할 수 있었다는 거다. 그들은 "사실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들의 성적을 정확히 매겨 흠결 없는 완벽한 순위를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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