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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 뒤에 감춰진 음모…누가 이익을 봤는지 살펴보라 [스프]

[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음모는 웃는 얼굴에서 시작된다 (글 : 양선희 소설가)

양선희 중국본색
분쟁은 이익을 둘러싼 투쟁에서 생깁니다. 사안은 하나이더라도 한쪽에서 실수하면 다른 쪽엔 이익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단순히 우연으로 이익이 갈리는 게 아니라 아예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거나 해치는 경우도 생기죠. 음모를 꾸며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다는 말입니다. 이익을 둘러싼 쟁투의 민낯은 무시무시합니다. 그러나 음모는 웃는 얼굴로 다가오지요.
 
#1
위왕이 초왕에게 미인을 보내주었는데 초왕이 그녀를 대단히 좋아했다. 부인 정수가 왕이 그녀를 매우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는 왕보다도 더 그녀를 아껴주면서 의복과 기호품을 그녀가 원하는 대로 골라서 주었다.
이에 왕이 말했다.
"부인이 내가 새로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알고 사랑하기를 나보다 더하니 이것이 바로 효자가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며 충신이 군주를 섬기는 것과 같지 않소."
부인은 왕이 자신을 질투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새 사람에게 이렇게 일렀다.
"왕께서 그대를 매우 사랑하시는데 그대의 코가 싫다고 하시는구려. 그대는 왕을 뵐 때 항상 코를 가리도록 하오. 그러면 왕이 오래도록 그대를 총애하실 것이오."
이에 새 사람은 그 말에 따라 왕을 볼 때마다 항상 코를 가렸다. 왕이 부인에게 말했다.
"새 사람이 나를 볼 때면 코를 가리는데 어찌 그러하오?"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래도 왕은 계속 물었다. 그러자 대답했다.
"얼마 전에 왕의 냄새가 싫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왕은 화를 내며 "코를 베라"고 말했다. 부인은 이보다 먼저 시종에게 "왕의 말씀이 있으면, 즉각 그 명을 따르라"고 당부해 놓았었다.
이에 시종은 칼을 뽑아 미인의 코를 베어버렸다.
 
#2
비무극은 초나라 영윤과 가까웠다. 그런데 영윤 밑에서 새로 일하게 된 극완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영윤이 그를 매우 총애하는 것을 알게 됐다. 무극이 이를 보고 영윤에게 말했다.
"영윤께서는 완이를 굉장히 아끼는 것 같습니다. 언제 한번 그 집에서 주연을 베풀지 않으시겠습니까."
영윤은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극완에게 일러 집에서 술자리를 마련하라고 했다.
무극은 극완에게 이렇게 알려주었다.
"영윤은 대단히 오만하고, 병기를 좋아하오. 그러니 그대는 먼저 병기들을 마루부터 문과 정원에 이르기까지 진열해 놓으시오."
그 말을 듣고 극완은 그대로 했다. 영윤이 가서 보니 집 안에 온통 병기가 가득 차 있어 크게 놀라며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무극은 "군이 위험합니다. 어서 떠나십시오. 이런 사태를 어찌 알았겠습니까" 하였다.
영윤은 크게 화를 내며 병사를 일으켜 극완을 죽였다.

그런가 하면 정치적 인간관계에선 여러 가지 이유로 원한을 품기도 하고 사기도 합니다. 이럴 때 남의 손을 빌려 자신의 원한을 갚는 '차도살인(借刀殺人)'도 일어납니다.
 
#3
제나라의 중대부 이야라는 사람이 왕의 술 시중을 들었다. 취기가 심해 밖으로 나와 회랑의 문에 기대어 있었다. 한 발이 잘린 문지기가 와서 남은 술이 있으면 좀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야는 꾸짖으며 말했다.
"물러가라. 형벌을 받아서 불구가 된 주제에 어찌 감히 높은 어른에게 술을 달라고 하느냐."
그러자 문지기가 도망치듯 물러갔다. 이야가 자리를 뜨고 난 뒤 그 문지기는 회랑 문 처마 아래에 물을 부어 오줌을 눈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튿날 왕이 나와서 그것을 보고 꾸짖으며 말하였다.
"여기에 누가 오줌을 누었느냐?"
절름발이 문지기가 말했다.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어제 중대부 이야가 이곳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이야를 벌주며 죽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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