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은 원래 김일성의 집무실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금수산의사당'이라는 이름으로 생전의 김일성은 이곳에서 일을 했는데,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이곳에 김일성의 시신을 안치하고 이름도 '금수산기념궁전'으로 바꿨습니다. 김정일이 죽은 뒤에는 김정일의 시신도 이곳에 안치됐는데, 김정은은 김정일의 70회 생일인 2012년 2월 16일 이곳의 명칭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다시 바꿨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주요 기념일마다 참배하는 것은 김정은의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이나 사망일에 이곳을 찾아 예를 갖추는 것은 북한이 김일성 일가의 나라임을 대내외에 확인시키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권력 기반을 확고히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건너뛰는 김정은
지난해의 경우 7월 8일 김일성 사망일과 12월 17일 김정일 사망일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지만, 2월 16일 김정일 생일과 4월 15일 김일성 생일 때에는 참배를 건너뛰었습니다. 2022년에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과 7월 8일 김일성 사망일에는 참배를 한 반면, 2월 16일 김정일 생일과 12월 17일 김정일 사망일에는 참배를 했다는 보도가 없었습니다.
김정은의 '독자적 리더십' 확립 차원인가
하지만,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건너뛰는 것을 독자적 리더십 확립 차원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김정은의 이러한 행동들이 '2020년 4월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4월 사건'이란
당시 이러한 억측의 계기가 됐던 것은 김정은이 2020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때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정은이 김일성 생일 때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실제로 집권 이후 김정은이 김일성 생일 참배를 거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갑자기 참배를 하지 않으니 무엇인가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던 것입니다.
참고로 김정은 집권 이후 주요 기념일(김일성 생일, 김정일 생일, 김일성 사망일, 김정일 사망일)에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은 경우는 2018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일에 이어 2020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이 두 번째였습니다. 다만, 2018년 7월의 경우 7월 10일 김정은이 백두산 삼지연 지역을 현지지도한 소식이 보도되면서 건강이상설이 제기될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4월의 경우 김일성 생일 미참배 이후로도 김정은이 보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건강이상설이 일파만파 증폭됐습니다. ( ▶관련 기사 '김정은이 다이어트를 결심하기까지')
2020년 5월 2일 김정은이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건강이상설은 일단락됐지만, 이 당시의 경험은 김정은에게 큰 고민을 안겨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지도자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경우 북한 체제의 불안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은데, 최고지도자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꼭 있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입니다.
2020년 건강이상설 이후에도 건강 문제에 대해 많이 고심하는 듯했던( ▶관련 기사 '우리는 왜 김정은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김정은은 2022년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의무적으로 해 왔던 주요 기념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한두 번씩 거르기 시작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했던 행사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일로 바꾸어 버림으로써 주요 기념일 의무 공개활동 부담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김정일 이상 징후 포착도 공개행사 미참석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