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인천 미추홀구 한 도로에서 퇴근길 승객을 태우고 달리던 버스기사 A 씨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A 씨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운전대를 잡았지만 얼마 못 가 다시 고개를 떨군 채 몸을 가누지 못했습니다.
버스가 '덜컥'하며 멈춰 서자 놀란 승객들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걸 인지하고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A 씨 주변으로 모였습니다.
한 승객이 "괜찮으시냐"라고 묻자 A 씨는 "괜찮다. 조금만 혼자 쉬겠다"라고 답했으나, 이내 A 씨의 상태가 걱정된 승객들은 "밖으로 나와서 저희와 같이 있자"라고 설득한 끝에 함께 버스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A 씨의 걸음걸이가 이상했습니다.
승객들은 휘청거리고 비틀거리는 A 씨를 황급히 따라가 부축했고,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곁에서 상태를 살폈습니다.
알고 보니 A 씨는 급격한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어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저혈당 상태가 되면 뇌와 신경 기관으로 가는 포도당이 부족해지고 뇌 신경계는 에너지 부족을 느껴 신체의 자율신경계를 작동시키는데, 이로 인해 △현기증 △의식 소실 △혈압 상승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A 씨는 신고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는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같은 시각 도로 한가운데 멈춰 선 버스였습니다.
퇴근 시간이라 도로가 혼잡한 데다 버스가 좁은 편도 2차선인 사거리 우회전 차로를 막고 있어 차량 통행이 어려웠고,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보행자 안전도 위협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버스 운행이 가능한 경찰관이 버스 운전석에 올랐으나 버스에 공기가 차면서 운전이 쉽지 않아 운행에 어려움을 겪던 중, 수소문 끝에 버스 안 공기를 빼고 운행을 할 수 있다는 한 시민이 나타나 버스를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나호선 경위(인천미추홀경찰서 숭의지구대)는 "만약 시민들이 나 몰라라 하고 갔다면 A 씨의 생명에 지장이 있었을 텐데 시민들이 많은 도움을 주시고, 구급대원과 관계자분들이 잘 치료해 주셔서 A 씨는 호전된 상태"라며 "도움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진='경찰청'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