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반려견 '티코'를 복제한 유튜버](http://img.sbs.co.kr/newimg/news/20240202/201890491_1280.jpg)
한 유튜버가 사망한 자신의 반려견을 복제했다는 영상을 본 건 지난 1월 초 출근길이었습니다. 황우석 박사 같은 연구자가 아니어도, 또 사우디의 만수르나 이건희 삼성 회장 같은 재력가가 아니어도 동물을 복제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 영상 내용은 놀랍기도 또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대중의 반응도 폭발적이었습니다. 복제견의 모습을 담은 유튜버의 영상은 며칠 새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동물 복제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갈라지며 논란도 일었습니다. 유튜버는 해명 영상을 올리기도 했고, 복제를 했다고 알려진 업체의 홈페이지는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 복제가 얼마나 대중화가 돼 있는 건지, 또 복제를 위한 생명공학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는지, 많은 사람들의 우려처럼 복제 과정에서 불필요한 동물의 희생은 없는 것인지 취재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이슈가 된 사안인 만큼 취재도 수월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누구도 선뜻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다른 사례자를 찾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는 반려동물 복제는 물론 연구 목적의 동물 복제도 정확히 몇 건이 이뤄지고 있는지 집계된 통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비공식 통계는, 2018년부터 국내에서 반려동물 복제 중개 및 체세포 보관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업체의 고객 규모였습니다.
이 업체 대표는 SBS와 인터뷰에서 “2018년 사업을 시작했고 이제까지 200여 명이 반려견의 체세포를 보관하고 있다. 이중 복제가 실제로 진행된 경우는 10건 이하다. 한 해에 1~2건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최소 10명 정도가 지난 5년 간 국내에서 반려견 복제를 실제 진행했다는 주장. 대표를 통해 이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인터뷰로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결국 단 한 명의 실제 복제 사례자를 인터뷰 할 수 있었는데, 미국 업체를 통해 복제를 진행 중인 미국 거주 한국인이었습니다.
실제 반려견 복제업체를 알아내기까지 계속된 ‘수수께끼’
직접 입장을 듣고 싶었습니다. 취재진은 여러 차례 설득 끝에 1월 10일, 1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이 업체의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하지만 두 차례의 만남에도 ‘들을 수 있는 말’보단 ‘들을 수 없는 말’이 더 많았습니다. 첫 인터뷰에서 룩셀바이오는 어떤 회사인지, 만들어진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회사가 복제를 할 수 있는지 의혹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저희 본사는 미국에 있습니다. (1년도 되지 않은 회사에 무엇을 믿고 맡기느냐 논란 관련해선) 그분들의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질문이 그렇게 되면 또 실제로는 어디서, 뭐 이런 게 연결이 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이후 이메일로 공식 질문을 다시 보냈습니다. 〈룩셀바이오는 정확히 어떤 업체인가〉 〈유튜버 반려견 복제와 관련해 룩셀바이오가 한 일은 정확히 무엇인가〉 〈복제견 재복제, A/S 논란에 대한 입장〉 등 총 7개의 질문이었습니다. 변호사와 상의를 거쳐 일주일 후 답을 하겠다던 대표는 정확히 일주일 후 “언론사의 모든 질문에 우리가 답을 할 의무는 없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방송 예정일 나흘 전, 대표는 먼저 기자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취재진은 이미 해당 업체가 실제 복제를 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습니다. 7개의 질문 중 재복제 관련 논란에 대한 질문 등 일부만 답을 할 의지가 있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인터뷰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반려견 복제](http://img.sbs.co.kr/newimg/news/20240213/201893916_1280.jpg)
Q. 룩셀바이오는 어떤 회사인가요?
A.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분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해외를 중심으로 복제 에이전시 운영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Q. 국내에서 이미 사업을 하고 계신 거 아닌가요?
A. 해외를 중심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Q. 국내를 중심으로는 어떤 가요?
A. 그 부분은 답변드리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국내외 바이오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복제를 원하는 고객들을 연결해 주는 곳인가요?
A. 네 맞습니다.
Q. 문제견 재복제와 관련한 비판에 대한 입장은 어떠신가요?
A. 기형이 나와서 이 부분을 재복제한다라기보다는 환경 변화 또는 케어 미흡에 따른 단순한 건강상의 문제에서 이제 만에 하나 계약자분이 거부하게 될 경우에 기본적인 건강 문제를 저희가 치료를 하고 또 다른 곳에 아이를 좀 필요로 하는 곳에 무료로 분양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희박한 가능성이고 이때까지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복제 중개업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했지만 실제 유튜버의 반려견을 복제한 곳이 어딘지를 직접 밝히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습니다.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한 비공개 인터뷰에서도 실제 복제업체를 ‘연구소’라고 칭할 뿐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업체의 취재 과정은 한 달에 걸쳐 수수께끼를 푸는 느낌이었습니다.
충남대 농업생명공학관 2층 ‘반려동물 복제업체’
![동물 복제](http://img.sbs.co.kr/newimg/news/20240202/201890497_1280.jpg)
취재를 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아갈 때,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기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유튜버가 실제 복제를 의뢰하고, 복제가 이뤄진 곳을 확인했을 때 감정도 비슷했습니다. 취재 결과 그곳은 국립 충남대학교 농업생업생명공학관 2층에 거점을 두고 있는 바이오업체였습니다. 꽁꽁 숨어있는 업체인가 싶었는데 그렇진 않았습니다. 이 업체의 홈페이지엔 ‘치유와 행복, 나아가 사랑을 이어주는 기술’이라며 반려동물 복제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홈페이지는 현재 리뉴얼을 이유로 닫힌 상태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img.sbs.co.kr/newimg/news/20230829/201826819_128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