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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 예술에 관심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이성진, 美 방송계에 우뚝

이성진

"벤 다이어그램으로 한쪽에는 항상 나를 괴롭히는 '자기 의심'을 그리고 다른 한쪽에 고삐 풀린 '자기도취'을 그리면 중간에 나오는 교집합이 '예술'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저도 양쪽을 오갑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로 미국 에미상 TV미니시리즈 부문 8관왕에 오른 이성진 감독이 사람들의 어두운 면과 화(火)를 다룬 드라마로 미국 대중 문화계를 놀라게 한 비결을 언급했다.

2일 오전 온라인으로 국내 기자들과 만난 이성진 감독은 '성남 사람들'의 인기와 호평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캐릭터 안에서 각자 자기 자신의 모습 일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스티븐 연과 저는 솔직하고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내 내면의 어둠을 남에게서 볼 때 사람들은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부분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수상을 예상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벤 다이어그램으로 한쪽에는 항상 나를 괴롭히는 '자기 의심'을 그리고 다른 한쪽에 고삐 풀린 '자기도취'을 그리면 중간에 나오는 교집합이 예술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도 양쪽을 오간다"며 "'남들이 내 예술에 관심이나 있을까?' 싶다가도 세상 모든 상을 다 탈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며 "('성난 사람들'은) 그 중간쯤에 도달한 것 같다"고 답했다.

에미상을 받은 후 달라진 것이 있냐는 질문에는 "되게 피곤해요"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성진 감독은 "물론 너무 좋다. 내가 속한 공동체와 동료들, 내가 존경하고 높이 평가했던 예술가들에게 인정받는 건 기쁜 일이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줬는지 생각해보면 겸허하고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든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성난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었나"는 질문에 이성진 감독은 "하나의 메시지로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내가 원했던 건 솔직한 캐릭터를 그려보자는 것이었다. 난폭운전으로 시작해서 유대를 느끼고 상호 간 연결을 느끼는 게 끝 지점이었다. 과정을 진실되게 그리자는 목표가 있었다. 이 작품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보는 사람에 달린 것 같다. 창작 활동에서 사랑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작품을 본 사람들이 '이런 메시지가 있었군요' 말해줄 때 나는 그런 메시지가 있었다고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게 멋지다"고 말했다.

이성진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한국에 돌아와 초등학교를 다니고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졸업했다.

미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줄곧 '소니'(Soony)라는 영어 이름을 썼던 이성진 감독은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열풍을 보면서 미국 사람들이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돼 한국 이름인 '이성진'을 쓰기 시작했다.

'성난 사람들'은 난폭 운전으로 우연히 엮이게 된 도급업자와 사업가를 통해 현대인들의 분노와 슬픔을 그려낸 드라마.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이민 2세대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이 작품은 지난달 15일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은 TV미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작가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을 수상했다. 앞서 지난 6일과 7일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는 캐스팅상과 의상상, 편집상을 수상했다. 에미상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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