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나노 D램을 본격 양산하기 시작한 건 2014년 무렵입니다. 내부 보안을 각별히 유지하며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시킨 공정도(기술코드명 : 볼츠만)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정도가 중국 일대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첩보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한국 경찰의 중국 민간 정보원 등 출처는 여럿 있었습니다. 중국 일대에 삼성 D램 공정도가 돌아다닌다는 첩보는 충격적이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합니다. 참고인 진술과 물증을 통해 유출 경로를 역추적해본 결과 삼성전자 전직 수석연구원 출신 A 씨의 소행으로 경찰은 잠정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 "삼성 전 수석연구원, 기술 유출의 시발점"
해당 공정도에는 20나노 D램 생산을 위한 과정이 크게 8개로 나뉘어 있으며 세부적으로 700여 개에 달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은 노하우라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경찰은 진술 대조를 위해 삼성전자 연구원과 엔지니어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경찰이 이들을 상대로 '중국 일대에 이 공정도가 돌아다니고 있다'며 압수물(볼츠만 공정도)을 제시하자 삼성전자 직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경찰 강제 수사 착수 이후 삼성전자 내부도 발칵 뒤집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공정도 완성에 참여했던 삼성전자 연구원과 엔지니어, 반도체 전문가 등의 진술을 토대로 해당 공정도는 A 씨가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 고유의 공정도가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20나노 D램 공정도뿐 아니라, 18나노 D램 관련 핵심 기술 유출 정황도 확인됐으며 경찰이 A 씨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20나노 D램과 18나노 D램 기술 중 상당 부분이 16나노 D램 기술과 중첩된다는 점입니다. 그간 기술 유출로 검찰과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되거나 이후 압수수색, 기소 등의 절차로 법적 심판대에 올랐던 삼성전자 출신 간부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삼성전자 D램의 핵심 기술이 통째로 유출되기 시작한 시발점에 A 씨가 있었던 만큼 다른 피의자들 범죄행위와의 경중을 비교했을 때 매우 중하다고 판단한다"라며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 "인력 유출 핵심도 삼성 출신… 정보기관 출신도 포진"
범행 구조 상,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 측이 한국 반도체 엔지니어를 끌어들이려면 한국 내 징검다리 내지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업체가 필요합니다. 청두가오전 인사팀은 내부 소속인 일명 '행동대장'이라 불리는 차장급 인사를 한국으로 보내 이 업체를 관리하는 한편 인력 풀을 요청하도록 했고, 업체 측은 행동대장에게 인력 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청두가오전 행동대장은 인력 풀을 검토한 뒤 20나노 D램 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은밀한 장소에서 '1 대 1' 면담한 뒤 연봉 5~6배 인상과 자녀 학비 지원 등 파격적인 처우 개선을 제안했습니다. B 씨가 청두가오전 측으로부터 수수한 금액은 4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인력 알선의 대가인지 여부를 경찰이 수사로 규명하는 중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