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 판매 업체의 전직 임원들에 대한 과실치사상 항소심 재판에서 1심 무죄가 전면적으로 뒤집혀 유죄가 나왔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CMIT/MIT란 원료 성분의 폐질환 인과관계 인정 여부인데요.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인과관계가 어떻게 인정된 건지, 판결문을 조목조목 뜯어보겠습니다.
판결문에 적시된 인과관계 어땠나?
1) 해당 제품에 포함된 CMIT/MIT 분량으로는 폐질환이나 천식을 일으킬 만큼 위해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CMIT/MIT가 원인물질이라는 점을 인정하려면,
① CMIT/MIT가 폐질환 또는 천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물질이어야 하고
② 사람의 폐에 도달하는 게 확인돼야 하며
③ 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만큼 폐에 축적돼야 한다.
그런데, 동물 흡입독성시험에서 상기도 염증은 관찰됐지만, 말단 세기관지 부근의 폐까지 도달한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
(→ CMIT/MIT가 후두 부근의 상기도까지만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확인됐고, 그 아래 폐 기관지 등 하기도에 영향 미친 점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3) 단독 사용 피해자(옥시 제품 등 PHMG 원료물질 외에 CMIT/MIT 제품만 쓴 경우) 사례를 보면,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심할 사정이 다수 있다.
4) 그밖에 각 증거들과 모든 연구결과 종합해도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1심이 '완전 부정'했던 인과관계, 항소심에선?
항소심 재판부는 인과관계 입증과 관련해 일반적 인과관계와 개별적 인과관계로 구분해 순차적으로 설명합니다.
지난해 11월 지구력에서 가습기살균제 손배소 대법 판결 사례를 소개하면서 설명을 드린 바 있는데요. (▶ 관련 기사) 담배와 같은 유해물질의 인체 유해성 입증, 쉽게 말해 폐암 유발 가능성을 입증하려면 이렇게 두 단계에 걸친 인과관계 입증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 대법원의 논증입니다. 일반적 인과관계란 담배라는 물질 자체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독성 실험 등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고요. 개별적 인과관계란 특정 폐암 환자인 아무개 씨가 흡연 때문에 암에 걸렸다는 걸 입증하려면 흡연 외 다른 발암 요인이 없었다는 걸 추가로 증명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지난 손배소 대법 판결에선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으로 봤지만, 일반적 개별적 인과관계를 나눠서 상술하지 않는 바람에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렸던 건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일반적 및 개별적 단계 인과관계 명확히 설명
하지만 이번 SK 케미컬 등 과실치사상 항소심 재판부는 2단계 인과관계 입증을 명확히 분리해서 상세히 논증을 펼칩니다.
판결문 '이유'의 7번 부분, 업무상 과실과 이 사건 폐질환 또는 천식 간 일반적 인과관계 인정 여부 단락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