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에서 7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 씨를 만나러 온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 직원이 "A 씨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신고했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간 경찰이 집 안에서 쓰러져 있는 A 씨를 발견했습니다. 타살 정황은 없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숨진 지 열흘 정도 지난 걸로 추정했고, '고독사'라고 판단했습니다.
"며칠째 그대로인 요구르트병…이웃 신고로 발견"
A 씨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건 아닙니다. 기초생활수급자에 지병을 앓고 있던 A 씨는 구청의 관리대상이었습니다. A 씨가 성북구에 전입해 온 2019년 이후 주민센터가 매달 1차례 이상 대면 또는 유선 상담을 진행했고, 건강식 지원과 안부 확인 및 모니터링을 위한 요구르트 배달 서비스도 제공됐습니다. A 씨가 숨진 걸로 추정되는 날 며칠 전에도 주민센터 안부 확인과 상담이 이뤄졌습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사고를 막진 못한 겁니다.
고독사, 매년 3000건 안팎…최근 증가세
A 씨처럼 고독사 하는 사람은 1년에 3000명 안팎. 점점 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실태 조사 결과 고독사 건수는 2019년 2,949명, 2020년 3,279명, 2021년엔 3,378명을 기록했습니다. 연평균 8.8% 증가세에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지난 5월, 첫 고독사 예방 기본 계획을 내놨습니다.
2027년까지 고독사를 20% 줄이겠다며 주민들과 접점이 많은 통, 반장이나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로 양성하고, 고독사 위험성이 높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사회적 유대 강화를 위한 공동체 지원도 계획에 포함됐습니다.
전문가 "인력 부족, 컨트롤타워 미비가 문제"
고독사 예방에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원팀'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통합 관리 체계가 미비한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정부, 지자체, 민간에서 각각 고독사 취약 가구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관들 간에 유기적인 협업은 부족하단 얘깁니다.
이봉주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협력할 수 있는 체계와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정순둘 교수도 "현장에서 주민들을 가장 많이 접촉하는 동 주민센터 직원이 막상 권한이 없어 관계 기관에 꼭 필요한 역할 분담을 요청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 지자체, 민간서 다양한 사업 진행…시너지 점검 필요
실제 독거노인 등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살펴보면, 층층이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부가 만 65세 이상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안전지원, 사회참여 프로그램을, 서울시와 자치구가 공통으로 'AI 안부확인 서비스' '저소득층 노인 식사 배달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이와 별도로 민간 기업들도 건강음료와 밑반찬 배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촘촘한 안전망을 이루고 있는지, 비효율적으로 중복돼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진 않은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만합니다. '외로움 담당 부처'(Ministry for Loneliness)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 영국의 '범정부 전략'엔 주요 과제로 주기적인 정책 토론을 통한 관계부처 협력과 지자체 간 모범사례 공유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고독사 문제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명확하게 정하고, '원팀'으로 움직이도록 한 겁니다. 일본도 내각관방(국무조정실에 해당)에 고독, 고립 대책 담당 부서를 설치하고 한눈에 각종 서비스를 알아볼 수 있는 정보 포털사이트 구축, 지역사회 포괄적 지원 체계 구축을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고독사 예방 대책은 강화됐는데, 고독사 건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 현장 목소리와 해외 사례 등을 토대로 기존 고독사 예방 대책과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단 지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