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주요 OTT 채널들이 2022년 말부터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스트림플레이션의 등장입니다.
· 구독자 양적 성장이 줄어들면서 늘어나는 적자폭을 감당하지 못한 OTT 플랫폼 기업들의 선택은 구독료 인상이었습니다.
· 구독료가 인상된 만큼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면 이용자들의 불만이 없겠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OTT 등장으로 인한 노동환경 변화와 재상영 보상 시스템의 부재로 미국작가조합과 미국배우조합은 63년 만에 동시 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은 매주 기다려지는 요일이 있나요? 마부뉴스가 발행되는 목요일은 어떤가요�� 최근 마부뉴스 제작진은 디즈니+에서 공개하는 <무빙> 때문에 수요일을 학수고대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OTT에선 오리지널 시리즈가 한 번에 공개되는 게 많아서 몰아보는 게 일상이 되었는데, <무빙>은 매주 2편씩 공개하고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예전 TV 본방사수 하는 느낌이라 한 편으로는 어색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OTT를 통해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는 게 너무나 익숙한 오늘날. 어쩌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소식이 바다 건너에서 들려왔어요.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격이 인상된다는 것이죠. 오늘 마부뉴스에서 다룰 이야기는 바로 OTT 서비스의 가격 인상, 스트림플레이션입니다. 왜 갑자기 OTT 기업들이 가격 인상의 칼을 빼 들었는지 데이터로 확인해 봤습니다. 그래서 마부뉴스가 오늘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디즈니+가 가격을 올린 이유는?
스트리밍 + 인플레이션 = 스트림플레이션
OTT 채널이 늘어가도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면서 전 세계 OTT 시장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물론 코로나19의 유행이 잦아들면서 그 성장세가 판데믹 시점만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면서 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OTT와 TV 예측 전문 기업인 Digital TV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OTT 시장 규모는 2020년 1,060억 달러 수준인데 2026년엔 2,100억 달러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선 OTT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TV의 힘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닐슨이 지난 7월에 진행한 TV 시청 조사 데이터를 살펴보면 기존 TV 시청률이 처음으로 50%(케이블 29.6% + 방송 20.0%) 밑으로 떨어졌어요. 반면 스트리밍은 3개월 연속 점유율이 늘어나 38.7%를 차지했죠. 2년 전만 해도 스트리밍 점유율은 26%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TV는 2021년 6월엔 63.5%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지만, 매년 하락하면서 결국 50% 선도 뚫어버린 겁니다.
점유율을 높인 OTT 서비스들은 2022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스트림플레이션의 등장이죠. 애플 TV+, 디즈니+, hulu, max, 파라마운트+ 등…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꽤나 상승폭이 크죠? 그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으로 가격을 올린 건 디즈니입니다. 디즈니는 자사 OTT(디즈니+, hulu)의 구독료를 1년 사이에 2번이나 인상했어요.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기본 베이식 요금제(월 9.99달러)를 15,49달러로 인상했습니다. 대신 광고가 붙어있는 요금제를 월 6.99달러로 새로 만들었죠.
OTT 플랫폼들은 우리에게 “광고 없는 대신 비싼 요금제로 볼래, 아니면 광고가 붙어있는 값싼 요금제를 선택할래?”라고 물어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요. OTT 기업들의 높으신 양반들이 이제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거든요.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가격을 올린 뒤에도 고객 이탈이나 유지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좋았다고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수익 창출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CFO도 이제는 구독자 규모보다는 가격 책정 등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OTT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나 자주 구독과 해지가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독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체(Antenna)의 데이터를 가져와 봤어요. 아래 그래프에선 애플 TV+, 디스커버리+, 디즈니+, 훌루, 넷플릭스 등 주요 OTT 채널의 종합 구독자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로 올라온 막대는 해당 분기에 새롭게 늘어나는 구독자 수이고, 아래로 내려간 막대는 구독을 해지한 구독자 수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신규 구독자만큼 해지하는 구독자도 많죠? 선으로 표현한 실제 늘어나는 구독자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2023년 1, 2분기엔 평균 285만 명이 늘어났는데, 작년 같은 분기엔 평균 630만 명 늘어났으니 꽤 많이 줄어든 거죠. 2022년 6월 기준으로 OTT 가입자의 19%는 지난 2년 동안 OTT 플랫폼을 3번 이상 구독 해지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6%에 불과했는데, 2년 사이에 13%p나 증가한 겁니다.
그 사이 OTT 기업들의 적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적자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마부뉴스가 직접 주요 OTT 기업들의 실적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우리나라 상장 기업의 실적은 전자공시시스템 DART에 올라온 분기 보고서나 연간 보고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면, 미국 상장 기업은 미국의 전자공시시스템 EDGAR를 보면 됩니다. 마부뉴스가 이 EDGAR 시스템상에 공개된 기업들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업 이익을 분석해 봤습니다.
보고서에 스트리밍 서비스 항목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면 속 편하게 분석을 했겠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OTT 사업의 영업 이익을 Direct To Consumer 항목으로 넣어 두고 있어요. 물론 모든 기업이 그런 건 아닙니다. 아마존은 구독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s) 항목 안에 OTT 서비스, 프라임 멤버십 등을 모두 합쳐서 표시하고 있거든요. 아마존처럼 일부 기업의 경우 OTT의 실적만 따로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구분할 수 있는 기업들만 추려서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우선 적자폭이 가장 큰 디즈니부터 살펴볼게요. 디즈니의 작년 DTC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0억 1,500만 달러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5조가 넘는 금액입니다. 2021년의 영업손실(-16억 7,900만 달러)보다 배로 더 늘어났어요. 올해 1, 2분기에도 17억 달러가 넘는 손실이 기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즈니뿐 아니라 peocock이나 파라마운트+ 역시 상당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어요. 반면 넷플릭스는 낭낭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올해 1 , 2분기 평균 13억 9,650만 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을 정도죠.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속 편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구독료를 높이는 거입니다. 모든 구독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요. 디즈니에선 2024년 말이 되어서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는데, 이 시기를 조금이라도 당기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OTT 서비스들은 구독료 인상뿐 아니라 콘텐츠에 쓰는 돈을 줄이고 스트리밍 콘텐츠 중 실적이 좋지 않은 녀석들은 정리하는 과정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은 올랐지만...
1960년 두 단체의 동시 파업의 원인이 되었던 건 TV였습니다. TV 도입 초창기였던 당시, TV 프로그램의 재방료를 두고 제대로 정산이 이뤄지지 않아서 제작사와 노동자 간의 갈등이 있었거든요. 63년이 지난 오늘, 파업의 쟁점이 되는 건 바로 OTT입니다. OTT가 등장하면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한 수익이 창작자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거든요. 하지만 미국제작사연맹(AMPTP) 측에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죠. 참고로 요 AMPTP에는 미국의 영화사, 방송사뿐 아니라 넷플릭스, 애플 TV+, 아마존 등 OTT 플랫폼이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