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5월, 우리 정부는 '해외 곡물 확보 가상훈련'이란 걸 실시합니다. 이게 뭘까요?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베트남 등이 쌀 수출 금지를 선언하는 등 식량 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보이자, 이에 대응해 국내에서 모자랄 수 있는 곡식이나 식량을 해외로부터 들여오는 방안을 훈련한다는 겁니다. 평상시 국내로 들여오는 수입선 외에 유사시 추가 공급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법에 따른 '비상시 해외농업자원 국내 반입 명령'이란 게 있습니다. 2012년 제정된 해외농업, 산림자원 개발 협력법 33조에 규정된 제도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식량 해외 의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각종 곡식에 가축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최근 19%대까지 추락했습니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게, 해외 현지에 직접 농지를 마련해 농사를 짓고 농산물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운 겁니다.
기업들에게 해외 농장 건설에 필요한 융자 보조 등 지원을 해주는 대신, 비상시엔 현지에서 생산된 곡물을 '강제로' 국내로 들여올 수 있게 제도를 만든 겁니다. 2020년 5월의 가상훈련이란 이 제도를 통해 얼마나 곡물을 들여올 수 있는 건지 체크해 보겠다는 것이고요.
하지만 가상훈련이 끝나고도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러시아 연해주, 브라질,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등에 모두 200개의 기업들이 진출해 현지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가상훈련을 통해 어떤 곡류를 얼마나 확보 가능한 걸로 나타났는지 공개하지 않은 겁니다.
감사원이 '확보 가능한 해외 물량' 전수 조사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론만 먼저 말씀드리면 현지 생산량 가운데 반입 가능 물량은 0.5%에 불과할 만큼 극히 미미했다는 겁니다. 2021년도 기준 현지 생산량 215만 톤 가운데 최대로 가능한 물량이 0.56%, 최소치로 잡으면 0.18%에 불과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물량은 21년 국내 곡물 수요량 2,265만 톤과 비교하면 최대 0.05% 최소 0.02%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비상시 수급 안정 효과를 내기엔 턱업이 부족한 물량인 겁니다.
말뿐인 '비상시 국내 반입 명령 제도'?
또 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해외에 나가서 농장을 운영 중인 206개 전체 기업들의 사업진행 여부를 확인했더니 제대로 정상 운영 중인 업체는 63곳, 30%에 그쳤다는 겁니다. 그럼 나머지는요? 87개 기업이 폐업했고 30곳은 휴업 중이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26곳은 아예 연락이 불가능한 상태였고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심했다는 게 협회 관계자의 설명인데요. 현지에서 영농을 했던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사전 준비 부족으로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 포기한 사례를 많이 봤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