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법원에 선임계를 내지 않고 소송행위를 했더라도 추후 정식 선임계가 제출됐다면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소송종료선언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11일 B 씨가 A 씨에게 1천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하는 강제조정을 내렸습니다.
강제조정은 민사 소송에서 판결하지 않고 법원이 양측의 화해 조건을 정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입니다.
한쪽이라도 불복하면 정식 재판으로 다시 진행합니다.
B 씨가 결정 정본을 받은 뒤 변호사를 교체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B 씨 측 기존 변호사는 8월 26일 법원에 사임계를 냈습니다.
이후 새로운 변호사가 선임돼 이의신청 기한이 만료되기 전인 8월 30일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B 씨는 법원에 새 변호사에게 소송대리 권한을 위임한다는 소송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소송위임장은 같은 해 11월 23일에서야 제출됐습니다.
A 씨 측은 이의신청서를 내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소송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당사자들이 이의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조정 결정이 확정됐다고 본 것입니다.
B 씨 측은 소송위임장이 늦게 제출됐더라도 이의신청서가 기한 내 제출됐으므로 강제조정이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은 B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소송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자의 소송행위는 후에 당사자 본인이나 보정된 소송대리인이 그 소송행위를 추인하면 행위 시에 소급해 효력을 갖게 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가 이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봤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