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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청소부' 소똥구리 '실종' 50년 만에 복원된다

'자연의 청소부' 소똥구리 '실종' 50년 만에 복원된다
▲ 경단을 굴리는 소똥구리

한국에서 멸종된 소똥구리를 복원하기 위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됩니다.

오늘(17일) 환경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오는 9월 적합한 서식지를 선정해 몽골에서 채집해온 소똥구리 200마리를 방사할 계획입니다.

지난 4월 국립생물자원관이 발간한 '국가생물자료집 곤충 Ⅱ·Ⅲ'에서 '지역절멸'한 것으로 평가된 소똥구리입니다.

지역절멸은 '지역 내 잠재적 번식능력을 가진 마지막 개체가 죽거나 지역 내 야생에서 사라졌음을 의심할 이유가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소똥구리는 과거 제주도를 포함해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지만 살충제와 농약 사용이 늘어나고 서식지인 모래벌판이 사라지면서 더는 볼 수 없게 됐습니다.

1969년 8월 이후 공식적으로 채집된 적 없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목격담이 있어 1970년대까지는 한국에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똥구리는 똥을 먹고 사는 딱정벌레입니다.

말똥을 제일 좋아하지만, 인분(人糞)도 먹습니다.

알을 낳을 때는 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립니다.

경단을 굴려야 하다 보니 피복도(식물이 표면을 덮은 정도)가 20∼40%로 낮고 물기가 많지 않은 모래벌판에 삽니다.

센터는 이런 습성에 알맞은 방사지를 선정 중입니다.

현재까지 서식지 적합도 평가를 받은 곳은 태안군 신두리사구, 제주시 해안동·노형동, 장흥군 운주리, 신안군 자은도 등입니다.

센터는 2019년부터 소똥구리 복원을 추진해왔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소똥구리가 수입 금지 대상이라 연구 목적으로만 들여올 수 있었습니다.

소똥구리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때 도입된 소똥구리는 생활사와 한국 생태계 적응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활용됐습니다.

이후 소똥구리 수입 금지가 해제됐고 작년 몽골에서 소똥구리 230마리를 도입해 증식하면서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센터는 지난달 300마리를 잡아 왔고, 이달 말에도 몽골로 떠나 300마리를 추가 채집해올 예정입니다.

여기에 국내에서 증식한 개체까지 합하면 1천 마리 정도 됩니다.

센터는 이 중 200마리를 오는 9월 서식지에 방사할 예정입니다.

한 번에 200마리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여러 세대에 걸쳐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개체수, 즉 유효 개체군 크기를 200마리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똥구리 복원 필요성은 이들이 생태계에서 청소부 역할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소똥구리가 먹지 않은 대형초식동물 분변은 분해되지 않은 채로 지표면에 남아있다가 비가 오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또 소똥구리는 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린 뒤 땅에 묻기 때문에 넓은 지역에 걸쳐 깊은 토양까지 유기물질과 영양분을 공급해줍니다.

김영중 곤충·무척추동물팀장은 "모든 생물은 생태계에서 각각의 역할을 갖는다"라며 "그 역할을 하던 종이 사라지면 다른 30종이 영향을 받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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