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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시간 아까워서…" 고 주석중 교수 장남 울린 '라면 스프'

[Pick] "시간 아까워서…" 고 주석중 교수 장남 울린 '라면 스프'
"제대로 식사할 시간을 내기도 어려워서, 아니면 그 시간조차 아까워서 연구실 건너 의국에서 생라면을 가져와 면만 부숴 드시고 스프는 그렇게 버려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

최근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장남 주현영 씨가 장례를 마치고 며칠 후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아버지의 연구실에 갔다가 책상 아래 박스에 버려져 있는 라면 스프를 발견하고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로지 환자 보는 일과 연구에만 전심전력을 다하시고 당신 몸은 돌보지 않던 평소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져 너무나 가슴 아팠다"라고 전했습니다.

26일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현영 씨가 유족을 대표해 추모객들에게 전한 감사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주현영 씨는 "여러분께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저희와 함께 해주신 덕분에 아버지 장례를 무사히 마쳤다"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별이라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고 비통했지만, 정말 많은 분들께서 오셔서 아버지가 평소 어떤 분이셨는지 얘기해주시고, 진심 어린 애도를 해주셔서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주 씨는 과거 주 교수로부터 수술을 받은 환자가 빈소를 찾은 사연도 소개했습니다.

주 씨는 "아버지 빈소가 마련된 첫날 펑펑 울면서 찾아온 젊은 부부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대동맥 박리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였으나 어려운 수술이라며 모두들 기피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희 아버지께서 집도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었노라며 너무나 안타까워하시고 슬퍼하셨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들의 사연을 들은 주 씨는 살아생전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아무리 위험한 수술이라도 내가 저 환자를 수술하지 않으면 저 환자가 죽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면 내가 감당해야지 어떡하겠냐. 확률이나 데이터 같은 것이 무슨 대수냐."

끝으로 주 씨는 "많은 분들께서 저희 아버지를 누구보다 따뜻하고 순수한 가슴을 지닌 사람으로 기억해주셨다. 여러분이 기억해주신 아버지의 모습과 삶의 방식을 가슴에 새기고, 부족하지만 절반만이라도 아버지처럼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 번 귀한 걸음 하셔서 아버지 가시는 길 배웅해주시고 위로해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마음을 표했습니다.

고(故) 주석중 교수 영면

"집에서 10분거리 병원을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앞서 주석중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1시 20분쯤 서울아산병원 근처 아파트 앞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아산병원 흉부외과 고(故) 주석중

198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주석중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공의를 수료한 뒤 1998년부터 아산병원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는 아산병원 심장병원 대동맥질환센터소장으로서 응급 수술이 잦고 업무의 강도가 극히 높아 의사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2020년부터 대동맥질환 전담팀을 꾸려 대동맥 박리를 치료해온 결과, 수술 성공률을 약 98%까지 높였다는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주석중 교수에 대해 "고인은 병원에서 10분 거리에 거처를 두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응급환자의 수술 등을 도맡아 왔다"며 "30년 넘게 의료 현장에서 의술을 펼치며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수술실로 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대동맥 수술의 수준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탁월하고 훌륭한'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낼 수 없는 인재 중의 인재"라며 "이런 인재의 부재로 인해 누군가는 살아날 수 있는 소생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하늘의 뜻이겠지만, 인간의 마음으로는 너무나 슬픈 일"이라고 추모를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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