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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그 호수는 왜 분홍빛으로 변했나

[아웃로오션 프로젝트] Ep.6 - The Fish We Turn To Dust

스프 아웃로오션 6편 썸네일
 

스브스프리미엄, 스프는 '아웃로오션 프로젝트'와 함께 준비한 [Dispatches from Outlaw Ocean]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아웃로오션'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에 스프가 준비한 텍스트를 더해 스프 독자들에게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지식뉴스를 전달해드립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이 했다는 말로 유명합니다. 여기,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분홍빛 호수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신비롭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 숨어 있습니다. 비극의 배경은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감비아입니다. 감비아의 그 호수는 왜 분홍빛을 띄게 됐을까요.

스프 아웃로오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감비아, 중국에 99년간 땅을 빌려주다

감비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2023년 국제통화기금 IMF가 발표한 국가별 GDP에 따르면 감비아는 223개국 중 16번째로 GDP가 작습니다. 그만큼 경제 규모가 작다는 거죠. 감비아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5년 독립했고 1970년에 영연방에서도 탈퇴했습니다. 그런데 감비아는 2010년대 들어 중국의 지원을 받게 됩니다. 그 배경에는 타이완이, 그리고 물고기가 있습니다.

감비아는 원래 타이완과 오랜 기간 외교 관계를 맺어왔는데 2013년 돌연 단교를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그간 단절됐던 중국과 외교 관계를 복원했습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이 타이완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을 오래전부터 펴왔는데 감비아와의 수교도 여기에 해당하겠습니다.

이후 중국은 감비아의 부채 1천400만 달러를 차감해주는 등 경제 지원을 강화했고, 감비아 정부는 이에 화답하듯 중국 기업이 99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허가했습니다. 감비아 법은 외국 국적의 개인이나 법인이 26년 이상 땅을 빌릴 수 없게 규정하고 있는데 예외적으로 허용한 겁니다.

중국은 이를 활용해 감비아에 골든리드(Golden Lead)라는 이름의 공장을 짓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습니다. 어분(魚粉, fishmeal) 공장입니다. 중국의 공장 설립은 정말 두 나라에 '윈윈'이었을까요?

감비아 시민단체 'Watch Gambia'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중국 어분 공장이 99년간 토지 임대를 허가받은 것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 공장이 세워지고 물고기가 사라졌다

어분은 쉽게 말해 물고기 가루입니다. 양식 어종에 주는 사료의 주원료로 사용되는데 물고기를 찌고 압착해 수분을 제거하고 가루로 만든 겁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성장에 필요한 아미노산과 지방산이 풍부합니다. 어분을 만드는 데는 주로 상품 가치가 낮은 작은 물고기들이 투입됩니다.

스프 아웃로오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양식업 비중이 커지면서 어분 수요도 크게 늘었습니다. 위 그래프에 나와 있듯이, 전 세계적으로 양식업을 통한 공급량은 전체 어업 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는 지난 50년간 바닷속 대형 어류의 90%가 멸종하는 등 해양 자원의 고갈이 심각한 수준인 것과도 관련 있습니다. 더 이상 바다에는 우리 수요를 충족할 만큼의 어류가 없습니다.

여기서 자연스레 의문이 생길 겁니다. "물고기 양이 부족하면, 물고기 갈아서 만드는 어분도 못 만드는 거 아냐?" 그렇죠. 실제로 그간의 남획에 기후 변화까지 더해져, 어분의 재료가 되는 물고기 어획량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중국이 멀리 서아프리카의 감비아에까지 공장을 건설한 건 어분 사업이 앞으로 지속 가능한지를 떠나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어분 수요에 대응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어분 1kg을 생산하려면 물고기 3~4kg이 소모됩니다. 감비아의 어분 공장 한 곳에만 연간 7천500t 넘게 물고기가 들어갑니다. 이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봉가(청어과 물고기), 밴댕이 등이 대표적입니다. 어분 공장에 투입되는 물고기의 총량은 감비아 전체 단백질 섭취량의 절반에 이를 정도라네요. 중국이 세운 공장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대중이 많이 소비하는 저렴한 식량이었던 봉가는 이제 감비아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감비아 공장에서 만든 어분으로 양식된 수산물을 감비아에서 수입해 먹는 상황까지도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스프 아웃로오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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