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는 28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을 앞두고 충무공 영정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영정을 그린 작가의 친일 행적과 함께 관복 차림에 대한 고증 오류 논란 등으로 몇 년 전부터 교체 요구가 빗발쳤지만, 정부는 사회적 혼란이 우려된다며 번번히 반려해 왔는데요. 다른 분도 아닌 충무공 영정을 친일 행적이 불거진 화가가 그린 것으로 계속 사용해야 할지 생각해 볼 시점입니다.
김세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빨간 관복을 입고 좌정한 이순신 장군 영정.
지난 1973년 지정된 국내 표준 영정 1호입니다.
하지만 영정을 그린 장우성 화백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정도로 친일행적이 논란이 되면서 교체 요구가 거세졌습니다.
더구나 장 화백의 후손들은 화폐에 사용된 같은 영정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요구하며, 한국은행에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충무공의 관복이 엉터리라는 지적이 더해져 파문은 더 커졌습니다.
공신 관복은 검은색이고 무신의 흉배 동물은 호랑이 한 마리인데, 영정에는 붉은색에 호랑이 2마리라 고증이 오류라는 겁니다.
또 밖으로 드러난 옷고름과 늘어진 소매는 19세기 양식이라 임진왜란과 맞지 않다며 문화재청이 영정 교체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성희/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장 : 자문을 들어봤을 때에는 복식에 상당한 오류가 발견돼 있고 그것을 다시 지적할 필요가 충분하다는 의견을 여러분이 주셨기 때문에….]
하지만 상위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두 차례 지정해제 건의를 사회적 혼란 갈등을 이유로 반려했습니다.
현 영정은 교과서와 화폐에 쓰일 정도로 상징성이 큰데 교체할 경우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 정부가 고민한 표준영정이다 보니까 생각보다 여러 가지 검토할 부분이 더 있다고 판단이 되신 거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심의 중인 상황입니다.]
탄신 478주년을 맞아 4년 만에 재개되는 이순신 축제를 앞두고, 일본을 침몰시켰던 임진왜란 당시 장군의 기개를 정확히 고증한 새 영정 제작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경한 T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