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른바 69시간 문제가 논란이 된 이후에 정부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하면서도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지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한 기업들을 제희원 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11년 차 직장인 전주호 씨, 평일 아침, 출근 준비 대신 8살 딸을 깨우고 아침을 차립니다.
등교 준비를 하고 함께 걸어서 학교까지 데려다줍니다.
오전 7시에서 10시 사이 출근 시간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시차 출퇴근제 덕분입니다.
[전주호/유한킴벌리 직원 : 그 한 시간을 배려 받은 덕분에 직접 제 손으로 아이 등교도 시키고. 훨씬 안정적이고요. 부부 힘으로만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전 씨가 일하는 사무실, 좌석의 70%가 비어 있습니다.
둘째, 넷째 주 금요일을 재충전 휴가일로 지정해 연차 소진 방식으로 직원 대부분이 같이 쉽니다.
'남은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될까?' 눈치 보지 않게 고안한 조치입니다.
[전양숙/유한킴벌리 포용과다양성최고책임자 : 회사는 제도를 만들고요. 사원들은 그것을 책임감 있게 잘 활용하고, 업무 몰입으로 보답할 거라고 저희가 믿기 때문이거든요. 일과 삶의 조화는 사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윈윈 (방법입니다.)]
과로로 악명 높은 대학병원에서도 간호사들의 주 4일제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급여 10% 삭감에 동의한 간호사 30명이 차례로 주 4일제 근무에 들어갔습니다.
신입 간호사 퇴사율이 50%를 넘자 노사 합의로 만든 고육지책입니다.
소득은 줄었지만, 과로를 피하니 업무 효율과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게 대체적 평가입니다.
[권미경/세브란스병원 노조위원장 :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건강한 상태이기 때문에 환자를 더 집중해서 볼 수 있고요. (주 4일제 중인) 다섯 명만 행복한 게 아니라 전체 직원들이 다 행복해지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근로시간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노동계에서는 장시간 근로를 타개할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에서 시도하고 있는 주 4.5일제, 또는 4일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김승태, 영상편집 : 김준희, CG : 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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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4일제는 선진국에서도 아직은 도입 초기 단계입니다. 기업은 실적이 나빠질까, 노동자들은 임금이 줄어들까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60여 개 기업이 주4일제를 실행한 영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반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6~12월까지 진행된 영국의 주4일제 실험에는 61개 기업의 근로자 2천9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임금 삭감 없이 주당 38시간이 34시간으로 줄면서 초기에는 기업 상당수가 성과 저하를 우려했는데, 뜻밖에 참여 기업의 92%는 실험이 끝난 올해까지도 '주4일제 유지'를 선택했습니다.
수익 상황을 공개한 24개 기업은 전년 대비 평균 35% 매출이 늘었고, 참여기업 전체의 퇴직자 수는 57%가 줄었습니다.
근로자의 71%는 과로 강도가 줄었다, 37%는 건강이 개선됐다고 답했습니다.
[알렉스 수정 김 방/포데이워크글로벌 프로그램 매니저 : 실험에서 병가가 60% 이상 감소했습니다. 사람들은 주 4일 근무할 때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더 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스페인, 호주, 일본 등에서도 주 4일제 도입 논의가 활발한데, 관건은 근로 시간 감소만큼 임금도 함께 줄일지 여부입니다.
주4일제 도입으로 임금이 줄어든다면 제도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임금을 깎지 않고 근로 시간을 탄력적으로 가져가는 게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해 2월 유럽 연합 최초로 주4일제 도입을 허용하면서 '임금 삭감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김종진/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 지불 능력이 가능한 대기업 사업장에서는 스스로 주 4일제 같은 형태로 할 수 있지만 영세 기업에서 확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 보완 정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요구가 커진 상황이라, 주4일제 도입 시도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윤태호, CG : 강경림·강윤정·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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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부 제희원 기자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Q. '주4일제 도입' 회사 입장은?
[제희원 기자 : 먼저 시도해 본 기업들은 근로 시간 단축이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였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직원을 단순히 일하는 도구로만 보지 않는 조직 문화가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책임감을 높여서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결국에는 덜 일 하더라도 생산성은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는 게 제도 성패의 관건인데요. 업무 효율화를 위한 여러 가지 후속 조치들이 함께 가야 합니다.]
Q. 임금 삭감 없이 가능?
[제희원 기자 : 앞서 보신 세브란스 병원 간호사들 같은 경우에 연간 400만 원 정도 급여를 덜 받고 주4일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반면 유한킴벌리는 임금 삭감이 없었고요. 주4일제 실험을 했던 영국 기업 같은 경우에 100:80:100이라는 룰을 내놨습니다. 임금은 100% 받으면서 근로 시간을 80%로 줄이는 대신 성과는 100% 그대로 내도록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주4일제를 도입하면서 임금을 줄여서 그게 추가 고용으로 이어진다면 일자리 나누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주4일제를 하면서 임금을 그대로 받는다면 이른바 워라밸이 가능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에서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자칫 5일치를 무조건 4일에 몰아서 일한다, 이렇게 해석이 되면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고 장시간 근로도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분명한 건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여기에 대한 더 많은 사회적 공감대를 모아야 한다는 겁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CG : 김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