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씨는 어제(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2억 원 전달 과정을 시연했습니다.
그는 현금 1억 원씩이 담긴 갈색 골판지 상자 두 개를 커다란 종이 쇼핑백에 넣고 "이렇게 넣으면 (쇼핑백 입구) 양쪽이 벌어져서 테이프로 밀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여기다가 한 겹 더 넣어서 이렇게 들고 갔다"며 쇼핑백을 다른 종이 쇼핑백에 담았습니다.
재판부는 돌아가면서 종이 쇼핑백을 들어 올려 무게를 가늠했습니다.
재판장은 "가져가기 불가능하거나 무거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유 씨는 이어 김 전 부원장이 품에 1억 원을 넣고 간 모습을 시연했습니다.
1억 원이 든 상자를 작은 종이봉투에 넣어 외투 아래 품었는데, 외투가 눈에 띄게 불룩해진 모습에 방청객들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재판장은 "넣어서 가져갈 수는 있는데, 그걸 외부에서 인지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시연은 재판부가 "실제 들고 갈 수 있는 무게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직권으로 결정했습니다.
2억 원을 종이백에 넣어 경기도청 근처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건넸다는 유 씨 증언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초 비슷한 무게의 생수병을 이용해 시연하려 했지만, 검찰이 휴정 시간에 시연을 위해 2억 원을 임시로 마련해 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2억 원의 무게는 약 4㎏"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지난해 4∼8월 유 씨, 정민용 씨와 공모해 남욱 씨에게서 4차례에 걸쳐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4천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남 씨가 자금을 마련하면 정 씨, 유 씨를 거쳐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입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4월 경기 성남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1억 원, 6월 수원 포레나광교 근처 도로에 세운 차 안에서 3억 원, 같은 달 경기도청 근처 도로의 차 안에서 2억 원 등 총 6억 원을 받았고, 나머지는 유 씨가 사용하거나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법정에선 유 씨와 김 전 부원장이 돈 전달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이 "언제 저한테 돈을 줬나"라고 따지자, 유 씨는 "그건 본인이, 받은 분이 기억하실 것"이라고 받아쳤습니다.
김 전 부원장이 다시 "경기도청 앞이 굉장히 넓다.
돈을 줬다는 때 그곳 상태가 어땠나"라고 묻자, 유 씨는 "공사 중이라 펜스를 친 상태였다"고 답했습니다.
유 씨는 "그 부근에서 담배 피우면서 얘기했던 것도 기억나지 않나"라고 추궁하기도 했습니다.
유 씨는 김만배 씨에게서 '쌍방울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법원에 로비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그는 "김 씨가 '쌍방울하고 이화영이 대법원 관련 로비하고 있는데, 한 번 정진상한테 얘기해서 물어보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증언은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들 사이의 녹취록 속 대화 내용이 로비를 염두에 둔 내용인지 묻고 유 씨가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2020년 3월 녹음된 파일의 녹취록에서 정영학 씨가 "선거법 위반 재판처럼 예측 불허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하자 김 씨는 "거의 예고돼 있고 조금 힘써서 당선무효형이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답합니다.
당시는 경기지사였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시기였습니다.
유 씨는 자신이 이 대표에게 이태형 변호사를 소개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2심과 파기환송심을 맡은 인물로,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비비안의 사외이사를 지냈습니다.
쌍방울 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된 인물입니다.
유 씨는 "이 지사가 당선무효형이 나올 것을 굉장히 걱정하길래 제가 아는 선배를 통해 이태형 변호사를 소개했다"며 "이 지사가 전관이라 (수임료가) 비싼 것 아니냐고 걱정하길래 선배에게 '변호사비 걱정한다'고 하니 (선배가)'변호사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