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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노동시장 개혁 본격 시동…주52시간제 · 호봉제 손본다

윤 정부 노동시장 개혁 본격 시동…주52시간제 · 호봉제 손본다
전문가들로 이뤄진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이하 연구회)가 오늘(12일) 정부에 권고한 노동시장 개혁 방안은 크게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으로 나뉩니다.

주 52시간제를 업종, 기업 특성에 맞게 유연화하고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으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간 유지돼온 노동시장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정부는 눈앞에 닥친 가장 시급한 노동 과제였던 화물연대 파업이 종료된 만큼 그 기세를 몰아 연구회 권고문을 토대로 내년 본격적인 입법 과정에 나서는 등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다만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노동계와 갈등을 빚은 데다 개혁을 완수하려면 야당이 다수인 국회 협조도 필요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 7월 18일 출범한 연구회가 약 5개월간 논의 끝에 오늘 내놓은 권고문 가운데 근로시간과 관련된 부분은 '자율과 선택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요약됩니다.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 확대를 통해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근로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누리도록 해 근로시간 총량을 줄이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 근로시간이 12시간까지 허용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연구회는 이 같은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해 노사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럴 경우 산술적으로 주당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장시간 근로'가 현실화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빈번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연장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하려면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해야 합니다.

연구회는 근로자가 근로일·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모든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사전 요건과 사후 변경 절차를 보완하자고 했습니다.

휴식 보장·휴가 활성화에도 방점이 찍혔습니다.

연장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넓힐 경우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자고 했습니다.

아울러 건강에 안 좋고 산업재해 위험을 높이는 밤 작업 근로자(야간 근로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연차휴가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다양한 휴가 문화를 확산하도록 권고했습니다.

특히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연구회는 근로기준법 제63조 '근로시간과 휴게·휴일에 관한 규정 적용 제외' 대상 근로자를 넓히자고도 했습니다.

현재는 토지 경작·개간, 동물 사육, 농림·수산 사업 등 근로자만 근로기준법 63조 적용을 받는데, 앞으로는 고소득 전문직도 이 조항을 적용받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연구회는 고소득 전문직은 근로시간 재량성이 광범위하게 인정된다는 점을 이런 주장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임금체계 개편 방안은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 등을 토대로 정해지는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아울러 연구회는 임금체계 자체가 없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 등을 위한 공정한 임금체계를 구축하라고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연구회는 권고문에서 "정부는 직무·성과 평가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컨설팅을 확대하고 직무 평가 도구를 지속해서 개발·보급해 근로자가 공정하게 평가받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고령 근로자 계속 고용과 청년 근로자 일자리 창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라고 제안했습니다.

연구회는 특히 포괄임금 오남용을 막기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실근로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포괄임금 약정이 오남용돼 장시간 근로, 공짜 노동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입니다.

정부가 임금의 공정성 확보와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인 '상생임금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직무 중심의 인사 관리를 위한 '통합형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것도 제안했습니다.

연구회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의 '우선 개혁 과제' 외에 '추가 주요 과제'도 제시했습니다.

'추가 주요 과제'는 ▲ 격차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 ▲ 미래지향적 노동법제 마련 ▲ 자율과 책임의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 ▲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고용정책 강화 등 크게 네 가지입니다.

권순원 교수는 "제안된 권고와 추가 과제에 시급히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 노동시장은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고, 인적 자원의 역량과 가치는 위축될 것"이라며 "정부도 상황의 절박함에 공감하고, 제안된 개혁 과제를 꾸준하고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연구회의 오늘 발표 내용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 방향의 골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 개혁을 연금·교육 개혁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꼽습니다.

"독일에서 사민당이 노동 개혁을 하다가 정권을 17년 놓쳤다. 그러나 독일 경제와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개혁을 완수했다"고 말할 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1953년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은 큰 변화 없이 70년째 유지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어 달라진 노동시장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새 정부 출범 약 한 달 만인 지난 6월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공개했는데, 노동부가 주도해서 꾸린 전문가 집단인 연구회가 이번에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한 것입니다.

정부는 연구회 권고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오늘 페이스북에 "노동시장을 위한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며 "권고문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임금과 근로시간 제도는 이른 시일 내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개혁 과제를 이루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됩니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은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 결과 노동계가 백기를 드는 방식으로 일단락됐지만, 화물연대는 물론이고 그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과 정부 사이는 더 멀어졌습니다.

연구회는 앞서 예고 형식으로 권고 내용을 사전 공개했는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달 24일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페이스북에서 "노사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책임에 기반한 자율로 신뢰를 쌓고 상생을 위한 연대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노사의 동참을 호소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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