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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북한에선 왜 한겨울에 백두산에 갈까

김정일 출생지까지 뒤바꾼 그들

[스프] 북한에선 왜 한겨울에 백두산에 갈까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입니다. 북쪽의 백두산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했고 갈수록 추위가 거세지고 있는데, 요즘 백두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한겨울 백두산 답사 행군입니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11월 중순에는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학생들이, 하순에는 인민경제대학 학생들이, 12월 초순에는 전국 각지의 청년 학생들이 백두산 겨울 답사에 나섰습니다. 한겨울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줄이 백두산 정상에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지금 겨울철 백두산 답사가 한창이다
백두산은 고도가 높아 여름에도 천지 부근에 가면 긴팔 옷을 입어야 합니다. 기온이 낮은 데다 바람도 세차게 불고 날씨도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백두산은 보통 겨울에는 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총비서가 2019년 12월 백두산을 방문하면서부터 겨울 행군이 본격화됐습니다.

2019년 12월 김정은이 백두산을 방문했을 때 모습
김정은은 당시 "백두산 지구 혁명전적지들과 사적지들마다에는 (김일성) 수령님과 (김정일) 장군님의 혁명사상이 그대로 맥박치고 있다"면서 "(김일성) 수령님과 (김정일) 장군님을 닮은 견실하고 유능한 정치활동가들로 자기 자신들을 철저히 준비하고 무장하려면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를 통한 '백두산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꽃피는 봄날에 백두대지에 오면 백두산의 넋과 기상을 알 수 없다고, 손발이 시리고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추위도 느껴보아야 선열들의 강인성, 투쟁성, 혁명성을 알 수 있고 또 그 추위가 얼마큼 혁명열을 더해주고 피를 끓여주는가 체험할 수 있다"며 겨울철에 답사 행군을 많이 조직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한겨울 백두산 답사 행군은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집중적으로 실시됐습니다. 하지만, 2020년 들어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북한도 국경을 봉쇄하는 방역체제에 들어가면서 백두산 답사 행군도 주춤해졌습니다. 이랬던 백두산 답사가 올해 들어 북한의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 다시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북한에 백두산의 의미는]

북한에 백두산은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김일성 일가의 통치 정당성을 선전하는 상당 부분이 백두산을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백두산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하며 우리 민족을 해방시켰다고 주장합니다. 백두산의 혁명전적지라는 곳들은 김일성이 백두산에서 항일투쟁을 했던 흔적들이라고 북한은 주장합니다.

북한 주장에 따르면, 김일성은 일제 말엽인 1940년대에도 백두산에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하다 김정일을 낳았습니다. 김정일의 출생지로 북한이 선전하는 백두산 밀영(유격대의 비밀 장소)이 김일성이 머물던 곳이라는 주장입니다. 김정일의 생일이 1942년 2월 16일이니 일제 패망이 3년여밖에 남지 않은 이때에도 김일성은 외국으로 도피하지 않고 한반도의 백두산에서 항일무장부대를 이끌며 일제와 싸움을 벌였다는 주장입니다.

김정일이 태어났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백두산 밀영
1987년부터 북한에서는 구호나무 문헌 학습이라는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전개됐습니다. 김정일이 태어나던 시기 백두산에 있던 김일성의 항일무장부대원들이 장차 미래의 지도자가 될 백두광명성(김정일)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나무껍질을 벗기고 구호를 써넣었던 것이 고목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백두산에 전시된 구호나무

[북한 주장은 사실인가]

물론, 이런 주장들은 거짓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역사를 조금만 되짚어봐도, 1940년대에는 일제의 토벌로 한반도뿐 아니라 만주에서의 무장투쟁도 쉽지 않았습니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김일성과 부대원들은 1940년대에는 소련으로 피신해 있었습니다. 따라서 김정일은 김일성이 머물고 있던 블라디보스토크 근처의 야영지에서 산파의 도움을 받아 태어났거나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의 병원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구호나무라는 것도 믿기 어렵습니다.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김정일이 태어날 시기 김일성 부대도 백두산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백두산에 김정일의 탄생을 축하하는 구호가 남아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허구들을 사실인 것처럼 둔갑시켜 북한 전역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왜 김일성의 후계자로 북한의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 김정일 후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 백두산과 항일무장투쟁처럼 소구력 있는 상징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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